일반적으로 미국작가들은 스릴러가 강하고 일본작가들은 미스터리가 강하고 영국작가들은 추리가 강한편이다. 개인적인 생각은 그러하다. 그러나 여기에 이제 한 가지를 덧붙여야 할 것 같다. 캐나다 출신인 루이즈 페니는 영국식 추리소설에 무척이나 강한편이다. 작가의 이미지가 강한 것을 뒷받침 해주듯이 약 2년에 걸쳐 영국과 캐나다의 신인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서 추리소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여러 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국 전통 후더닛 미스터리의 대가 애거서 크리스티에 대한 캐나다 퀘벡의 루이즈 페니의 대답! 이 책을 소개하는 문구이다. 그만큼 루이즈 페니라는 작가는 크리스티의 작품과 비슷한 구성의 이 책을 썼다.

 

크리스티에게 프랑스 말을 하는 탐정 포와로가 있었다면 루이즈에게는 역시 프랑스어를 하는 가마슈 경감이 있다. 둘은 몸으로 뛰어 다니며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 머리를 써서 해결한다는 점도 비슷하고 중간 중간 프랑스어를 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크리스티에게 마플 아줌마가 있다면 루이즈에게는 비슷한 이미지의 미스 제인 닐(비록 피해자이긴 하지만)이 존재하고 마플 아줌마가 살던 세이트 메어리의 마을은 이 책에서 사건의 중심이 되는 배경인 스리 파인즈의 마을과 닮아 있다. 그러나 등장인물과 배경이 구성이 비슷한 반면 다른 점도 분명히 있다.

 

포와로는 독자적으로 행동을 하지만 가마슈는 경감이고 소속이 있고 그럼으로 인해서 같이 일하는 파트너가 존재하고 사사건건 말썽을 저지르는 후배도 있다. 또한 윗선에서 자기와 일하는 방식이 맞지 않자 정직을 당해버리는 강인함까지 가지고 있다. 또한 작가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많이 설명하고 있고 그럼으로 인해서 실제로 이런 마을이 퀘벡에 가면 존재할 것처럼 느껴지고 한다. 그곳에 가면 여기에서 보았던 모든 사람들이 존재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가마슈 경감은 다른 책에서도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이 책 이후로도 가마슈 시리즈가 있는데 그것을 보면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보슈 시리즈나 또는 돈 윈슬로의 닐 캐리 시리즈처럼 이 역시도 아주 매력 있는 시리즈임에 틀림없을 듯하다.

 

스리파인즈에 살고 있는 클라라와 나이차이가 많이 나지만 제인 닐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이웃이면서도 아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추수감사절 전날 제인은 아트 윌리엄스 버그 전시회에 자신의 작품을 처음으로 출품하고 통과되었다는 사실을 안 후 이때까지 공개하지 않았던 자신의 집에 친구들을 불러서 파티를 열고 공개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그러한 계획은 일요일 그녀가 죽은 상태로 발견됨으로 인해 모두 무산되고 작고 평화로운 마을에는 긴장이 감돌기 시작한다. 누가 제인 닐을 죽였을까. 분명 범인은 마을 안에 있다. 문도 잠그지 않던 마을에서 이 사건 이후 문단속을 하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그런 긴장감은 작품 속에서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사건이 한건으로 끝났기 때문일까 사람들이 서로를 의심하는 모습이 많이 비쳐지는 편은 아니다. 오히려 가마슈 경감이 다니면서 스리 파인즈 사람들과 친해지고 그럼으로 인해서 그 마을에 서서히 물드는 모습이랄까 오히려 평화로움을 느꼈다면 너무 역설적인 표현일까?

 

미국 드라마 law&order를 보면 항상 사건은 일어나고 피해자들이 당한 후에 경찰을 도착한다. 그렇지 않다면 물론 드라마 적인 요소가 없기도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도 경찰은 항상 늦게 도착하는 편이다. 도대체가 왜 있어야 하는 이유를 모를 정도로 늦는 경우도 있지만 이 소설에서도 제인을 너무 좋아하고 그녀의 죽음을 슬퍼하던 클라라가 제인의 집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잡고 범인을 직접 찾아가면서 그에게 피해를 입는다. 물론 나중에 그녀가 집에 없다는 것을 안 경감을 비롯한 경찰들이 그녀를 찾아 구하고자 하지만 결국은 그들이 더 큰 상해를 입고 말지만 실제의 경찰이 이렇게 무능하다면 일반 사람과 하등 다를 바 없이 느껴질 뿐이다. still life. 오늘도 스리 파인즈에서는 조용한 삶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