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소설. 실제로 있었던 일을 소설화 시켜서 쓴 책들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에 읽은 실화는 ‘127시간’이었다. 바위틈 속에서 끼여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127시간 동안 갇혀 있다가 간신히 한 손을 자르고 탈출한 이야기.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로 글을 썼다고 하면 일단 관심이 간다. 소설이라는 분야는 허구다. 작가의 생각 속에서 만들어 지는 이야기인데 가끔가다 소설보다도 더 희한하고 끔찍하며 우울한 일이 실제 속에서 일어나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점에서 벌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관심을 가지고 읽고 보고 느끼는 듯하다. 이 책의 저자이자 이일을 직접 겪은 나타샤는 오스트리아 빈 출신이다. 98년에 납치를 당해 2006년에 자유를 다시 찾았다. 그 기간이 3096일이다. 일 년이 대략 300일이라고 해도 1-2년으로 계산이 안 되는 자그마치 8년의 시간이다. 꼬마아이들은 단 시간에도 얼굴의 형태가 변한다. 그래서 미아들은 시간이 지나면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타샤가 다시 세상 속으로 가족 속으로 돌아왔을 때 그의 가족들은 한 번에 그녀를 알아볼 수 있었을까? 새삼 궁금해졌다.

 

유괴나 납치를 소재로 한 소설이나 영화들은 많다. 대부분은 아이를 데려간 범인이 부모들에게 전화나 연락을 해서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돈을 건네받은 후 아이는 돌아오지 않는다. 돈이 목적이지 아이의 건강이나 안위가 그들에게는 고려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범인은 등교하는 나타샤를 데려간 후 지하방에 가두어 두고 그것으로 끝이다. 나타샤에게는 부모가 너를 버렸다, 부모는 너를 찾지 않는다, 너에게 가족은 나밖에 없다며 으름장을 놓지만 그것이 다일뿐 돈을 목적으로 한 협박은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나타샤를 죽이지도 팔아넘기지도 않는다. 처음에는 팔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를 납치한 후 전화를 하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는 글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이후 그는 나타냐를 지하방에 가두고 무슨 애완용 동물을 기르듯이 대한다.

 

처음에 나타샤는 계속 반항을 하며 가족들에게 연락을 해달라고 하지만 그 이후로 그녀는 지하방에서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물건들은 요구를 한다. 빛도 들지 않고 좁기만 한 지하 감옥. 그곳에서 보통 사람들은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아마도 8년이라는 시간 동안 계속 그곳에만 머물렀다면 아마 나타샤도 그 시간동안 견디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나고 나타샤의 정신을 자신만의 틀 속에서 가두어 버린 범인은 그녀를 지하에서 불러 올려서 각종 허드렛일을 시킨다. 또한 집은 리모델링해서 팔 계획이었던 그는 다른 인부 대신 오직 그녀만 사용해서 집을 개조시킨다. 말로만 들으면 그녀가 그다지 힘들지 않게 있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약간의 편집증적인 기질이 있었던 범인은 자신의 맘에 들면 잘해주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폭력을 가한다. 그녀를 실제로 본다면 아직도 그 증거들이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그렇게 오랫동안 갇히지 않을 수도 있었다. 경찰이 처음에 수사만 제대로 했더라면 바른 길을 잡아 놓고도 그들은 범인은 눈앞에 보면서도 그 집을 수색할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를 놓아 주었다. 비단 한국에서만 있는 일인 줄 알았더니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기회가 두 번이나 지나갔다. 그리고 일부의 사람들은 그녀가 왜 탈출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범인과 자기를 일체화 시키는 스톡홀롬 신드롬이 아니냐고 한다. 그러나 내가 봤을 때 그런 신드롬이 아닌 그녀는 어린나이에 갇히다보니 자신의 정신세계를 범인에 의해서 지배당했던 것 같다. 문을 나가는 순간 폭탄이 터지고 너를 비롯한 다른 사람이 죽을 것이라는 것. 조금 더 성숙한 사람들이라면 그런 거짓말에 속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그러기에 그녀는 너무 어렸고 크고 난 후에는 이미 범인에 의해 세뇌당한 것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약 4년의 시간의 지난 지금 그녀는 어쩌면 우리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적인 행복을 어렵게 다시 찾은 힘든 경험을 하였다. 그렇게 다시 찾은 자유로 그녀가 행복해 하고 있기를, 그리고 자신을 더 좁은 감옥 속에 가두지 말기를 개인적으로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