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cient Jewish Novels: An Anthology’ 는 고대 유대의 소설을 Lawrence M. Wills가 편역한 책이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서 첫 번째 파트에는 유대 소설로 헬라어 에스더(Greek Esther), 헬라어 다니엘(Greek Daniel; Susanna and Bel and the Serpent라고도 함), 토빗(Tobit), 유딧(Judith), 그리고 요셉과 아세네트(Joseph and Aseneth)로 구성되어 있다. 두 번째 파트에는 유대 역사소설로 마카비 3서(Third Maccabees) 등이 수록되어 있다. 세 번째 파트에는 유대의 소설적인 유언서( Jewish Novelistic Testaments )로 요셉의 유언(Testament of Joseph), 욥의 유언(Testament of Job),아브라함의 유언(Testament of Abraham)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흥미로운 소설 두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요셉과 아세네트: 이 소설은 기원전 2세기에서 기원후 1세기 사이에 저술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창세기 41장 45절에 ‘파라오가 요셉에게 온의 제사장 보디베라의 딸 아세네트과 결혼을 시켰다’는 구절을 바탕으로 쓰인 익명의 소설이다.

이 소설은 파라오가 수상인 요셉을 시켜 전 이집트를 순회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요셉은 헬리오폴리스 지역에 도착하였는데 그 지역을 담당하는 총독은 헬리오폴리스의 사제인 펜테프레스(Pentephres)였다. 그에게는 딸이 한명 있었는데 18살이고 이름은 아세네트이며, 미모는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도 뛰어났다. 이 소설에서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녀는 사라만큼 키가 크고 리브가 만큼 잘생겼으며, 라헬만큼 아름다웠다. 그녀의 미모 때문에 이집트의 모든 남자의 구애를 받았는데 심지어 파라오의 장남도 그의 아버지에게 아세네트와 결혼을 시켜달라고 간청한다. 아세네트는 만나고 싶어 하는 모든 남자들을 거절하고 거만해져있었다. 아세네트와 같은 나이에 같은 날 태어난 7명의 처녀들이 아세네트의 시종을 들고 있었다. 요셉은 헬리오폴리스에서 펜테프레스에게 집에서 잠시 쉬어가겠다는 전갈을 보내고 요셉의 지위와 명성을 아는 펜테프레스는 기뻐한다. 펜테프레스는 아세네트에게 요셉과 결혼할 것을 제안하지만 아세네트는 요셉이 가난한 가나안 사람이었고 옥에 갇혀 있다가 파라오의 꿈을 해몽해주어서 풀려난 사실(창세기의 내용과 같이)을 들먹이며 그런 천한 출신과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며 거절한다. 하지만 실제로 멀리서 요셉을 본 순간 아세네트는 요셉으로부터 풍기는 매력에 그만 반하고 만다. 그동안 이집트의 모든 여인들은 요셉의 외모에 반해서 선물 공세를 폈었고 요셉은 그러한 구애를 거절해왔었다. 요셉은 아세네트와의 잠깐 동안의 첫 만남을 갖고 그 집을 떠난다. 아세네트는 요셉이 지적한 우상들을 버리고 참회의 기도를 올리며 7일간 단식을 한다. 그 기도가 응답이 되었는지 하나님의 사자가 그녀 앞에 나타난다. 하나님의 사자는 그녀가 참회와 기도를 통해 새로운 인생으로 거듭났으며 요셉의 아내가 되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요셉을 맞을 준비를 하라고 지시한다. 요셉이 그 집에 다시 도착하고 아세네트와 결혼을 약속한다. 아세네트의 부모가 이 사실을 알고는 기뻐하고 요셉은 둘의 결혼을 파라오로부터 허락받기 위해 떠난다. 파라오는 기뻐하며 둘의 결혼을 축하해주었고 큰 잔치를 연다. 그 후 이집트로 온 아버지 야곱과 요셉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파라오의 장남의 요셉을 죽이고 아세네트를 차지하려는 음모는 좌절되고 요셉은 파라오의 뒤를 이을 아들을 대신해서 잠시 이집트를 다스리며 해피엔딩으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욥의 유언: 이 책에 함께 수록된 아브라함의 유언이 풍자에 가까운 소설이라면 요셉의 유언과 욥의 유언은 신앙심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욥의 유언은 기원전 1세기에서 기원후 1세기 사이에 저술되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익명의 소설이다. 히브리어 성서에 등장하는 욥과는 달리 이 소설에서 욥은 신앙심과 인내의 대명사로 그려진다.

욥은 소설의 시작부분에서 유언을 남기기 위해 불러 모은 7명의 아들들과 3명의 딸들 앞에서 그가 겪은 일들을 회상한다. 욥(요밥)은 많은 재산을 가졌지만 가난한 자들에게 그의 재산을 아낌없이 쓰는 마을에서 칭송을 받는 의인이다. 어느 날 욥은 그가 사는 곳의 근처에 있는 신전이 사탄(히브리어로 사탄은 ‘대적자’란 뜻)에게 제물을 바치는 곳이라는 것을 알고 그 신전을 파괴한다. 이로 인해 화가 난 사탄은 하나님의 묵인 하에 욥의 엄청난 재산(양이 13만 마리, 나귀가 14만 마리)을 빼앗아 버린다. 설상가상으로 사탄은 10명의 욥의 자녀들도 죽인다. 모든 것을 잃고도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는 욥에게 실망한 사탄은 병으로 그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욥은 그 병으로 인해 48년 동안 도시 밖의 분뇨 더미에서 벌레로 가득한 몸을 견디며 살게 된다. 유일하게 그의 곁에 있는 욥의 아내는 너무도 가난한 나머지 빵을 사기위해 그녀의 머리카락을 자르기까지 한다. 주변의 왕들이 욥의 처참한 소식을 듣고 믿기지 않아 확인하러 달려오게 된다. 분뇨 더미의 악취로 인해서 왕들은 차마 욥에게 가까이 가지 못하고(코믹스러운 부분이다) 병사들로 하여금 향을 피워서 악취가 좀 사라진 다음에 왕들은 욥에게 다가온다. 왕 가운데 한 명인 엘리파즈는 욥의 상태를 보고는 놀라서 울부짖는다. 하지만 욥은 세상의 왕국은 일시적일지라도 그의 왕국은 천국에 있으므로 영원하다는 말로 답변을 한다. 욥은 치료해주겠다는 왕들의 제의도 거절한다. 욥의 아내가 죽고 난 뒤 하나님이 욥과 방문한 왕들에게 나타난다. 왕들을 꾸짖은 하나님은 욥을 다시 축복하고 예전의 재산을 회복시켜 주게 된다. 물론 새로운 아내와 10명의 자녀도 다시 생기게 된다. 욥을 장사지내고 그의 자녀들이 행복하게 살게 되면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위에서 줄거리로 소개한 요셉과 아세네트 그리고 욥의 유언을 포함해서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른 소설들을 한국어 번역본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는 아직은 없다. 이 소설들은 비록 성서의 인물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문학적인 효과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성서와는 분명한 차이를 두고 있다. 학자들은 외경과 위경으로 이들을 구분 짓고 있는데, 토빗이나 유딧 같은 외경 (Apocrypha: 헬라어의 의미는 ‘숨겨져 있다는 뜻’)이 가톨릭 성서에 포함되어 있는 반면 그 외의 문학들은 위경(Pseudepigrapha: 헬라어의 의미는 ‘거짓된 기록’)으로 분류가 되고 있다. 앞으로 외경과 위경에 관한 번역본이 출간되어서 좀 더 다양한 유대 문학을 독자들이 접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