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우리소설 시리즈의 세 번째는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서’이다. 여기에는 ‘최척전’, ‘김영철전’, ‘강로전’, ‘정생기우기’ 와 같은 4편의 소설이 담겨 있다. 제목이 시사 하는 것처럼 4편의 소설은 모두 임진왜란과 병자호란과 같은 전쟁에 대한 일반인의 시각을 다룬 이야기이다. 16세기말과 17세기 초의 조선은 임진왜란, 정묘호란 그리고 병자호란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전쟁의 희생물로 죽거나 포로로 잡혀가서 타국에서 생을 마감하는 기구한 삶을 사는 경우도 많았다. 이처럼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서’는 그 당시 조선 사회를 강타했던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통으로 신음하던 백성의 생활상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소설들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네 편의 작품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소설은 바로 ‘최척전’이다. 최척전은 그 스케일이 놀라울 정도로 큰 소설이다. 조선, 중국, 일본 그리고 베트남을 작품의 무대로 삼고 있어서 더욱 흥미롭다. 30년에 걸친 기간 동안 발생한 일본의 조선 침략과 그 후 청나라가 강성하게 되는 시대적인 상황 속에서 한 가족이 여러 나라에 흩어지게 되다가 결국 재회하는 과정을 풀어가고 있다.

소설은 최척이라는 남원 사람이 정생원의 집에 가서 공부를 하면서 우연히 알게 된 옥영과의 사랑이 싹트게 되면서 시작된다. 행복할 것만 같았던 두 사람은 일본의 조선 침공으로 인해서 최척이 의병으로 가게 되었다가 다시 옥영과 재회하지만 옥영이 일본군에게 납치되면서부터 두 사람이 겪게 되는 오랜 기간의 이별의 막이 오르게 된다. 그리고 최척은 중국으로 가게 되고 옥영은 일본으로 끌려가는 동시에 두 사람의 아들은 조선에 남아서 할아버지의 손에 키워지게 되어 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다.

이처럼 전반부는 최척과 옥영의 연애를 주로 하는 내용으로 마치 애정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을 주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최척과 옥영 그리고 나머지 가족이 겪는 고난의 이야기가 심도 있게 펼쳐진다. 각기 중국과 일본에 떨어져있던 부부가 베트남에서 상봉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지만 옥영이 배를 만들어 중국어와 일본어를 배우고 조선으로 오면서 일본 배와 중국 배를 따돌리는 기지를 발휘하는 장면도 흥미를 더한다.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서’는 조선시대에 불어 닥쳤던 전란의 참혹함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일반 백성의 눈으로 본 전쟁의 비극과 그로인해 어쩔 수 없이 흩어지게 된 가족의 소중함이 소설 속에서 강조된다는 점에서 과거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되며 우리 모두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만드는 교훈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