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우리소설 시리즈의 두 번째는 낯선 세계로의 여행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최고운전’, ‘전우치전’, ‘장도령’, ‘남궁선생전’, ‘부목한전’, ‘안상서전’, ‘설생전’, ‘왕수재’ 총 8편의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의 상상력이 총동원된 작품들이라고 볼 수 있는데 도술을 쓰기도 하고, 심지어 요괴가 등장하기도 해서 그 흥미를 더 하고 있다.

 

전우치전에서는 작가의 상상력이 극에 달한다. 도술을 알게 된 전우치가 당시의 이름난 이인이라는 윤근평과 사화담을 꺾으려고 그들의 집에 차례차례 방문한다. 그리고 요술을 부려서 자랑을 하지만 번번이 상대의 뛰어난 요술에 지고 만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전우치는 겸손이 무엇인지 그리고 사악함은 올바름을 이길 수 없다는 중요한 교훈을 깨닫게 된다.

 

최고운전은 16세기 후반에 창작된 작품인데 작자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당나라로 유학을 가서 과거에 급제를 하고 신라에서는 여러 벼슬을 지낸 당대의 최고 문장가로 알려진 최치원의 자가 고운이다. 소설은 그의 아버지 최충이 문창령으로 임명을 받아 그 지역을 부임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문창에서는 이전 문창령의 아내들이 십여 명이나 사라지는 변고가 있었다. 자신의 아내도 사라질 것을 두려워한 최충은 아내의 손에 실을 묶어두었고, 그 후 사라진 아내를 찾으려고 실을 따라가 추적하게 된다. 금돼지에게 잡혀있던 아내와 이전 문창령의 아내들은 최충의 아내가 발휘하는 기지로 인해서 그곳을 빠져나오게 된다. 그러나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되는데, 최충의 아내가 낳은 아이를 금돼지의 자식이라고 의심한 최충이 아이를 버렸고, 그 아이는 영민하게 자라 중국과 신라에 이름을 떨치는 문장가 최치원이 되었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중국의 황제가 엉뚱한 계략으로 신라의 왕을 곤혹스럽게 한 사건을 최고운이 해결하고 황제를 방문하여 무안하게 만드는 통쾌함을 주는 장면이다. 당시 시대적인 상황을 감안하면 대단히 파격적인 내용임에 틀림이 없다. 최치원이 아버지를 끝내 거부한다는 점과 중국의 황제에게 무안함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로운 작품이다.

 

낯선 세계로의 여행은 그 제목대로 현대를 사는 우리들을 과거의 세계로 작품을 통하여 인도해주는 하나의 통로와도 같다고 볼 수 있다. 현대인에게만 상상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심지어 중화사상이 뿌리 깊었던 조선시대에서도 최고운전과 같은 황제를 조롱하고 중화사상을 풍자하는 작품이 있다는 자체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더구나 요술을 사용하고 요괴를 격퇴하는 등 작가의 상상력이 동원된 고전소설을 읽으며 고전소설이 결코 현대의 판타지 소설과 비교하여 그 재미가 못하지 않다는 것이 증명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