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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문화적 차이로 인한 ‘사고방식’의 차이는 수천 년 전부터 엄연히 존재해 왔고, 우리들 모두는 그 차이를 이미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런데 새삼 두 문화 사이의 사고의 차이를 더 명확히 밝히고자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지난 300여년(길게는 500년)간 ‘차이’를 ‘열등’과 ‘우월’로 잘못 인식함으로써 서양인은 서양인대로 동양인은 동양인대로 많은 잘못을 저질러 온 것에 대한 깨달음, 혹은 반성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여기면 될까?

최근 몇 백 년 동안 서양은 강력한 군사경제력을 바탕으로 동양의 ‘땅과 문화’를 잠식해 왔다. 동양의 많은 나라들은 ‘근대화’라는 이름 아래 강제적으로, 혹은 자발적으로 자국의 오랜 전통과 문화를 ‘개혁’해야만 했다. 최근에 서양이 이룬 과학적 성과는 동양의 입장에서는 매우 우수한 새로운 ‘문명’과도 같은 것이었고,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구태’를 벗어던져야만 했던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서양은 경제뿐 아니라 정치, 사회, 학문에 이르기까지 우위를 점하면서, 자신들의 문화는 우월하고 동양의 문화는 미개하다는 생각에 빠졌고, 동양은 동양대로 자신이 가진 대부분의 것들을 잃어버리면서까지 서양의 뒤꽁무니만 쫓다가 스스로 열등감에 시달려 온 것이다.

그런데 21세기에 들면서 우리는 좀 다른 양상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서양이 끌어온 세계가 지금 바르게 나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이다. 결정적인 한 가지가 환경파괴로 인한 ‘지구인의 존재’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인간과 자연을 서로 분리할 수 없는 유기적인 관계로 인식한 동양과 달리 서양은 ‘인간계’와 ‘자연계’를 분리하고 ‘자연계’를 인간이 정복해야할 한 대상으로 생각해 왔다. 오늘날 인간은 자연을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것이 자신의 반쪽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고 결국은 자신들을 죽음으로 이끌 수도 있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연계’의 위기가 곧 ‘인간계’의 위기임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무시해왔던 ‘동양의 문화’와 그 사람들의 ‘사고과정’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 시작이 바로 ‘문화’를 ‘우월’의 개념이 아닌 ‘다름’의 개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 책은 ‘동서양의 문화의 차이가 곧 생각의 차이’라는 묵은 이야기를 2000년대 들어 새로이 풀어내고 있다. 누구나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것을 ‘서양인답게’ 여러 실험과 실례, 분석적 사고와 분명한 논리로 명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동서양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 혹은 ‘사고 과정’이 서로 달라지게 된 것은 ‘고대 그리스와 중국’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바다를 끼고 자유로운 무역과 상업에 많은 힘을 쏟았던 그리스 사람들은 ‘인간을 독특한 특성과 목표를 가진 상호 개별적인 존재’로 파악한 반면, 황하와 장강을 끼고 농업에 주력했던 중국인들은 ‘독립적인 나’가 아니라 함께 농사를 짓고 홍수에 함께 대비해야하는 ‘집단에 소속된 구성원’으로서의 나, ‘사회적이고 상호의존적인 존재’로서의 나로 인식했다. 이러한 차이는 시간이 흐르면서 각기 다른 문화를 확산시켰고, 사람들이 서로 다른 ‘사고의 과정’ 을 갖도록 유도하였다.

서양인은 독립적이고 분석적이며, 논쟁적이고, 모순을 싫어하며 양자택일을 선호한다. 모든 사물을 범주화하거나 지나친 형식주의에 치우칠 우려가 있다. 이들의 사고는 매우 직선적이다.

동양인은 유기적이고 종합적으로 사고하며, 모순을 수용하고 양자택일보다는 중용을 선호한다. 이들의 사고는 순환적이며 종합적이다.

동서양의 ‘사고과정’을 한 마디로 하자면 ‘동양은 숲을 보고, 서양은 나무를 본다’ 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둘은 모두 장점이 있으나 완벽하지는 않다. 우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고체계’와는 별개로 ‘숲과 나무’ 모두를 볼 수 있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요리사는 서로 다른 맛을 잘 섞어서 조화롭고 감미로운 새로운 맛을 만들어낸다. 이 때 각각의 맛들은 자신의 고유의 맛을 잃어버리지 않고 유지하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어 더 훌륭한 맛을 만들어낸다.” 『左傳』

이것이 저자가 또 우리가 원하는 것이다. ‘서로 조화를 이루어 더 훌륭한 맛’ 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홀대받아온 ‘동양문화와 동양적 사고과정’의 ‘가치와 의미’가 재평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재평가’의 시도는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듯 보인다. 일례로, 서양인들이 ‘동양의 음식이나 문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동양에서도,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우리 ‘사고’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동양고전’에서 ‘새로운 미래가치’를 발견하고자 하는 노력이 일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아직 멀지 않았는가? 300년 이상 기울어진 저울이 균형을 찾으려면, 지금의 움직임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두 문화의 가장 좋은 특성들만을 모아놓은 걸작’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생각, 지도, 사고,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