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쟁이’라고 부르거나 불리려면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또 소장해야 할까? ‘책쟁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일상은 어떠할까? 그런 궁금증과 10년이나 20년쯤 후엔 나도 한 번 책쟁이란 소리 들어보고 싶은데....어떻게 시작하면 되지? 아, 부러워! 하면서 집어든 책이다.

 

  예전에 비해 책쟁이들은 많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요새는 인터넷이나 전자책이 젊은이들을 유혹해 책에 대한 선망이 예전만 못한 모양이다. 저자가 책을 쓰게 된 것도 ‘안타까움’에서 시작되었을 터이다.

 

나는 서서히 없어져가는 ‘책에 미친 사람들’을 기록하고 싶었다. 젊은이들 가운데서 알게 모르게 이어지는 광증의 전통을 찾아내고 싶었다. 이 책에 실린 스물여덟 꼭지의 글은 그 결과물이다. 이를 통해 책의 생산, 유통, 소비는 물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한테서 동시대를 사는 이들의 속내를 드러내 보이고자 했다.

 

  이 책에 소개된 책쟁이들은 대부분이 ‘책’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아니다. 본업은 따로 두고도 책쟁이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하나같이 ‘책이 삶이 된’ 사람들이다. 그들은 어디서 만날 수 있고, 또 어떤 성향의 인물들일까?

 

  이들을 찾기 위해 헌책방에 잠복해야 했다. 책쟁이들이 제 집 드나들 듯하는 곳이 아닌가. 점찍은 곳은 서대문구 홍제동 대양서점. 30년 넘게 헌책방을 해왔으며 2001년부터는 아들이 합세해 대를 잇는 전통적인 곳이다.

 

   그렇군! 이들은 오래된 헌책방에 자주 출몰한다.

 

책쟁이들의 특징은 서재 공개를 꺼린다는 점. 사람보다는 책과의 인연을 더 치니 폐쇄적이어서 그럴 법하지만 이들이 꺼리는 것은 서재가 곧 자신이기 때문이다. 내면의 대화를 거친 책들은 일종의 속살, 책을 꽂아 둔 서가는 자신의 지적 편력, 곧 분신일 터이다. 어찌 쉽게 내보이겠는가.

 

  역시, 사생활은 비공개가 원칙이지.

 

또 다른 특징은 책 외에 별다른 취미가 없다는 점. 수입의 상당 부분을 책 사는 데 쓸어 넣고 여가의 대부분을 책 읽는 데 할애한다. 당연히 술, 담배, 바둑, 장기, 등 잡기는 모른다. 결혼한 경우 아내들이 처음에는 반대하다가 노름이나 오입에 돈을 탕진하는 것도 아니니 그러려니 하고 접어주고 만다. 이들이 만나는 사람 역시 비슷한 부류, 헌책방이 사랑방 구실을 한다. 제3자한테 재미없어 보이는 주제가 이들한테는 연애담처럼 저릿하고 초콜릿처럼 달콤하다. 책이 매개라면 자연스럽게 낄 수 있어 대화는 토론으로 발전하기 십상이다.

 

  그럼 그렇지, 책이 고통의 산지이자 쾌락의 정점이군. ‘不狂不及!’

 

‘독만권서 행만리로 讀萬卷書 行萬里路!’ 인생이 향기 좀 나려면, 만권의 책을 읽고, 만리 길 여행을 하는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아아......!”

독서, 책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