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에 “궁하면 변한다, 변해야만 통한다. 통하면 오래 간다. 窮則變, 變則通, 通則可久”라는 구절이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궁한 처지에 놓여 있다. 저자의 안타까운 속내가 드러나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그 많은 문집과 거기에 실린 문화 정보들, 오늘의 안목으로 보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문장이론과 고급스러운 문예이론들이 아직도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쓴 채 묻혀 있다. 한국시론이 없어서가 아니라 학문적으로 발굴하여 정리하고 오늘의 언어로 설명하는 작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전 문예이론이 없어서가 아니라 최근 몇 십 년간의 현대소설을 연구하느라 너무 바빠 거기까지 손길이 미칠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100여 년 간 우리는 ‘그 때 거기’와 ‘지금 여기’의 매우 심한 단절, 그것도 의도적인 단절 속에 살아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 100년을 살며 과거 2000년을 잃어버린 형국이다.

 

 

  ‘지금 여기’가 변(變)하려면, '그 때 여기' 와 우선 통(通)해야 한다.

 

 

  ‘통(通)’하기 위한 저자의 노력의 결과가 이 책이다. 통하기 위해서 저자는 책을 다음과 같이 구성하였다.

 

 

제1부 ‘옛 글을 읽는 까닭’은 독서와 관련된 글을 모았다. 책읽기와 글쓰기에서 미끄러져 나온 생각들, 옛 사람의 음미할 만한 일화를 여러 주제로 써본 것들이다. 제2부 ‘마음 속 옛 글’은 옛글의 행간에서 옛사람의 내면 풍경을 들여다 본 것이다. 제3부 ‘옛 글과 오늘’은 고전을 오늘의 삶과 이어보려는 생각들을 간추렸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일, 사람과 사물, 세상의 온갖 것들이 서로 ‘통(通)’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있는 그대로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있는 그대로 본 뒤에라야 서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관계를 맺은 뒤라야 티끌만큼이라도 서로 영향을 끼칠 수가 있을 것이다. 서로 티끌만큼이라도 영향을 준다는 것은 변(變)한다는 것이고, 이러한 변화가 많으면 오래 갈 것이다.

 

 

  우리는 먼저 이 책을 통해서 옛 사람과 글을 조금 알아가면서 관계 맺기를 시도할 수 있다. 우선 그렇게 작게 시작해 보자!

 

 

(저자의 옛글 고르는 안목은 늘 놀라움을 준다. 저자의 책을 읽다보면, 책읽기에 대한 새로운 욕구가 생기곤 한다. 인용된 글의 전체가 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저자의 책은 ‘고전읽기’의 연결고리가 되어주므로 즐겨 읽는다.)

정민, 책읽는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