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이에게 ‘공부해라, 공부해라’ 노래를 부르고 있는 부모들이 세상에 널려 있다. 나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미 20년 넘게 공부를 경험한 부모들은 ‘공부’가 우리 인생을 ‘결정지어 온’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고, 실제로 많은 부분 그렇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도 ‘공부해라’를 입에 달고 사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입속을 떠나지 않는 ‘공부’란 과연 무엇인가? 아이가 학교에서 하는 것도 공부요, 학원에서 끊임없이 풀어대는 문제지도 공부하는 것이라고 하고, 영어 단어를 열나게 외는 것도 공부라 하고, 책을 읽는 것도 공부라고 한다.

  시험점수를 잘 받으려고 하는 것은 ‘시험공부’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하는 공부는 ‘취업공부’요, 살아가는 것도 ‘인생공부’라고 한다.

  우리는 바야흐로 21세기 ‘평생공부’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그 지겨운 공부를 이제는 평생 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다니, ‘인생살이 난공불락’이다. 어차피 평생 동무로 삼아야 할 것이 공부라면, 이 시점에 우리는 한 번쯤 공부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보아야 한다.

  공부는 한자로 ‘工夫’이다. 工은 뭔가를 만드는 것, 뭔가 일을 하는 것 등을 의미하고, 夫는 원래 두건이나 관이나 모자를 쓰고 있는 남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면 공부는 ‘머리를 써서 일하는 위대한 사람’ 쯤으로 풀이될 것 같다. 그런데 이 풀이는 우리에게 매우 큰 도움을 준다. 공부는 머리를 써서 위대한 사람이 되도록 애를 쓰는 것이라고 풀이되기 때문이다.

  공부는 결국 ‘머리를 써서 위대한 사람이 되도록 애를 쓰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어찌 평생 끼고 살지 않을 수 있으랴!

  공부에는 매우 중요한 두 가지의 원칙이 있다.

공부의 1원칙, 공짜는 없다 : 공부는 머리 싸매기이고 머리 짜기이다. 머리 쥐어짜기이다. 싸매나 짜나 쥐어짜나 어차피 용을 써야 하고 기를 써야 한다. 악을 쓰기도 해야 한다. 바락바락 써야 한다. 그러니 공부는 노동, 그것도 중노동이다.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꼭 머리 노동한 것만큼만 얻는다. 카르페 파시오! 고통을 즐기시라!

공부의 2원칙, 배신은 없다 : ‘시작이 반이다.’ 최초의 첫걸음을 내딛지 않고는 천리 길은 영영 천리 길로 남아 있을 것이다. ; 어느 책이든 ‘첫 페이지가 책 한 권’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대해야 한다. 누어 아르바이텐 Nurarbeiten ! 오직 언제나 일하라!

  우리 대부분이 알고 있던 사실이다. 단지 까놓기가 뭐했을 뿐,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 보면 어디 공부에 공짜가 있던가, 노력한 만큼 얻을 뿐! 참으로 지당한 말씀, 머리 말고 가슴으로 새길 일이다.

   공부 ‘한번 쯤 잘 해 보고 싶었는데....’ 우리들 모두의 회한이 크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사지선다, 혹은 오지선다형 시험문제만이 익숙하고 편안한 우리 세대도 이 두 가지만 새기고 탐구하면 될 일이다. 바로 “캐기와 짓기”이다. 이제 우리는 책에서 샅샅이 캐내는 연습과 스스로의 머리를 쥐어짜 무언가를 지어내는 일을 시도하면 된다. 완전 죽고 싶을 뿐! 그래도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하시더라. 한 걸음이 없으면 어찌 앞으로 나아감이 있을 수 있으랴!

  캐기와 짓기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투디움Studium의 4대 의미를 마음에 새길 일이다. : 노력!, 헌신!, 열정!, 교양!

첫 번째 의미는 애쓰고 노력하기와 부지런하기 등이다. 두 번째는 무엇인가에 관심을 쏟아 부으면서 골몰한 채 몸과 마음을 바치는 것이다. 그러자니 세 번째로는 열정, 집념, 열중이 한 묶음으로 다루어져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스투디움의 의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네 번째로는 교양을 비롯해서 학문을 갖추는 것까지도 의미한다.

공부는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머리로, 가슴으로, 손으로, 몸과 다리로, 결국 공부는 온 몸으로 하는 것이구나!

  공부하는 일에(그래 일이다, 일!) 새로운 결심을 세워본다. 노학자의 ‘노하우’가 단순하면서도 명쾌하지 않은가! 머리로 말고, 가슴으로 새기자. 가슴으로, ‘이 온 가슴으로’

“내게 공부란 그런 것이다. 불완전한 존재로, ‘타자’의 보호 없이는 생존조차 위태로운 존재로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하나하나 나의 불완전한 부분을 채워가는 것, 그렇게 자연과 세계와 사물들을 이해하며 전인적인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 그것이 나의 공부이다.”(에필로그 가운데)

언젠가 나도 '제법 전인적인 인간'이 되어 있고 싶은 열망을 숨길 수가 없구나.

*진한 글씨는 대부분 ‘책 내용을 인용’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