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봄이 오고 있으니 어디든 미친 듯이 가고 싶어진다. 물오른 나뭇가지 흔들어 연한 싹 빨리 오르라고 재촉하고, 바윗돌이 온종일 받은 햇살 모아 만든 온기 내 엉덩이가 누리고 싶다.

 

  옷깃을 여미면서도 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내 깊은 곳에서 불어오는 봄소식인냥 그대로 맞고 싶다. 감기라도 걸릴라치면 그것조차 묵은 먼지 털어내는 방편인양 반가울 듯하다.

 

  여행은 삶의 거의 유일한 ‘설렘’이다. 새로울 것 없는 일상탈출 정도의 무게가 아니다. 첫사랑은 한 번 뿐이지만 여행은 언제나 첫사랑이다.

 

  그런데 우리의 일상은 어찌 이리도 척박한지, 여행 한 번 엄두내기가 여간 쉽지가 않다. 그럴 때 맘 한 켠 작은 위안이라도 삼고자 펼쳐드는 것이‘여행기’다.

 

  이 책으로 말하자면 ‘독서여행기’라 하면 좋을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저 먼 바닷가 ‘고성’땅에서 한 노학자가 자신의 숱한 여행들을 되새긴 기록!

 

  '꼬치꼬치 따지지도, 우쭐대지도, 목에 힘주지도’않고, ‘가볍되 은근하고, 마음이 놓이되 포근한’그런 편안하고 즐거운 ‘독서여행기’다.

 

  책 속에 그려진 ‘여정’은 그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다시는 갈 수 없는 길’이 되어버린 많은 부분들은 안타깝기도 하다.

 

‘이바구 떼바구 강떼바구, 옛날 옛날, 그 옛날에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로 시작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나 밤이면 가끔 들려오는 어머니의 ‘언문제문’소리,.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시던 할머니의 목소리, 언문제문을 읊조리시던 어머니의 목소리, 그 둘은 나의 첫 고전이자, 영원한 고전이다.”이 고전 여행을 우리는 다시 가 볼 수 없게 되었다.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과 판박이인 ‘조선어 마지막 수업’을 겪어야 했던 일제 강점기 유년시절과 전쟁 피난통을 전전해야 했던 대학시절의 독서여행은 ‘무전여행’이나 다름없었다. 그 고충은 짐작이 되지 않지만, 그 시절이 얼마나 큰 삶의 자양분이 되었을지는 알 것도 같다.

 

‘여행기’를 읽다 보면 나도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을 만나게 된다. 작은 수첩에 따로 나의 미래 여행지가 될 것들을 메모했다. 주로 저자의 여행 경험에 심취 혹은 합일 된 것들이다.

 

  한스 카로사의 『유년시대』, 헤르만 헤세의『크눌프』, 폴 클로델『시도집』, 릴케 『말테의 수기』, 그리고 두보(완전 걱정), 우선 정한 나의 1차‘여행지’이다.

 

  다음으로는 완전 건너뛰고 말았던 10대의 독서, <소공자>, <소공녀>, <엄마 찾아 삼만리>, <보물섬>, <바보 이반>, <레미제라블>..........등등등 딸아이와 함께 여행을 떠나 볼 참이다.

 

‘문학작품’을 ‘제대로’ 들여다 본 적 없는 내가 과연 ‘제대로’된 여행을 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지만, 내 깜냥대로 보고 듣고 느낀다면 그대로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이 ‘독서여행기’ 속에 참으로 ‘유용하고 소중한’,‘눈이 번쩍 뜨일만한’ ‘여행 지침서’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너무 쉽고 빠른 독서로 우리 모두가 잊고 있던 것들을 기억해 내고, ‘여행지의 진면목’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돕는 기막힌 안내서!

 

  정말 노련한 여행가가 아니고선 알려줄 수 없는 그런 정보가 녹아있다는 말씀!

 

‘지금은 외출 중’..... 이어요.

 

‘지침서’를 잘 들고, 여행지로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