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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좋은 이유는 꿈만 같은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모든 것이 가능한 세계이기 때문에!

그래서 감동도 두배! 즐거움도 두배!가 된다.

그런데 소설은 아니지만 소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

믿기지 않고, 불가능할 것 만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고, 그 주인공들이 그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실화 소설, 아니 실화를 담은 에세이는 더 가슴 절절하게 와 닿는다.

내가 읽은 최고의 감동 실화를 꼽아봤다.

1. 세잔의 차 - 그레그 모텐슨, 데이비드 올리비에 렐린 지음

" 이 코란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런데 난 이걸 못 읽네.

난 아무것도 읽을 수 없어. 이게 내 평생 가장 큰 슬픔이라네.

우리 마을 아이들이 이런 기분을 맛보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면 난 무슨 일이든 할 거야.

그 아이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교육을 받게 해주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대가라도 치르겠어.

- 본문 중에서

한 남자가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다는 K2를 등정에 나섰으나 조난을 당한다.

그리고 사경에서 해매는 그를 우연히 발견한 히말라야 발치의 작은 마을 코르페 사람들은 그를 구조해 아무런 대가 없이 정성스레 보살핀다.

그렇게 한달 가까이 마을 주민들의 보살핌을 받은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앉아서 곰곰히 생각하던 그의 눈 앞에 아이들이 보인다.

국가를 다 부른 뒤, 원을 그리고 앉아서 구구표를 베끼기 시작하는 아이들.

쓸 수 있는 종이와 펜이 없었기에 아이들은 나무 막대기와 흙을 펜과 종이 삼아 쓰며 배움에 대한 열망을 보이고 있었다.

순간 그의 결심이 확고해진 그는 함께 차를 마시던 노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가 학교를 지어드리겠습니다. 꼭 학교를 짓겠습니다. 약속하죠."

<세잔의 차>는 그레그 모텐슨의 믿기지 않는 감동 실화를 전한다.

자신을 구해준 코르페 마을 사람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지를 돌아다니며 78곳에 학교를 세웠다.

집세 낼 돈이 아까워 중고차에서 잠을 자며 돈을 모았고, 유명 인사들에게 직접 편지를 써 기금을 모으기도 했다.

간신히 모은 돈으로 각종 목재와 자재를 구입해 코르페 마을로 돌아가 학교를 세웠다. 약속을 지킨 것이다.

그의 학교 지어주기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학교를 다니고 싶어도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하나 둘 학교를 세워주기 시작했고,

그것이 78곳, 약 3만명의 아이들이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마련해 준 것이다.

극 보수파와 이슬람 성직자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아이들의 꿈을 향한 그의 열정과 노력은 무수한 감동을 자아냈다.

480여쪽의 만만찮은 두께이지만 그 속에서 피어나는 하나 하나의 꿈의 학교를 생각하고 있노라면 그 두께마저 가볍게 느껴진다.

2. 나는 희망이다 - 제프 헨더슨 지음

" 나는 시저스 팰리스 호텔의 38년 역사상 레스토랑 주방을 맡는 최초의 흑인이 될 것이었다.

남은 보호관찰 기간 90일이 아직 끝나지도 않은 시점이었다.

연봉 5만은 내가 합법적으로 벌어보는 가장 큰 돈이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높이 더 높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기분이었다.

- 본문 중에서

"피고에게 징역 235개월을 선고합니다."

19년 7개월. 스물네 살인 혈기 왕성했던 청년 제프 헨더슨은 마약 밀거래로 235개월의 형을 선고 받았다.

뒤에서는 가족들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의 눈 앞에는 더이상 어떠한 희망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제프 헨더슨은 가난한 흑인 동네에서 태어나 어려운 생활 끝에 마약 밀거래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았고, 결국 실형을 선고 받았다.

어떠한 희망도 꿈도 없는 곳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그는 결국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곳에서도 제소자들이 가장 하기 싫어한다는 주방의 설거지를 담당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에게는 새로운 희망의 발견이었다.

교도소 주방에서 자신의 천직을 발견하고 그때부터 교도소에서 요리를 배우며 새로운 인생을 꿈꾸기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에 국세청의 범법자 검거를 위한 증언을 해주게 되었고, 덕분에 그는 10년으로 교도소 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석방이 되고 로스앤젤레스의 한 레스토랑에서 접시닦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요리사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메리어트 호텔, 리츠 칼튼 호텔 등의 주방을 걸쳐 마침내 시저스 팰리스 호텔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주방장이 되었다.

그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오프라 윈프리 쇼>등의 출연 요청을 받았고, 많은 미국인들에게 뜨거운 감동과 희망을 전했다.

그런 제프 헨더슨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 바로 <나는 희망이다>이다.

악조건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그의 이야기는 무기력감에 빠진 나에게 신선한 자극이 된 동시에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누군가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제프 헨더슨이 찾았던 희망 아닐까?

3. 마지막 사진 한 장 - 베아테 라코타

"매일 엄마를 사랑했노라고 말하고 싶어요.

너무 감사하다고.

하지만 용기가 안 나요.

작별 인사 같아서요.

죽음을 입에 올릴 수가 없어요."

- 본문 중에서

어머니가 병원 진찰을 받기 위해 옷을 벗는다.

그녀의 딸은 조용히 문을 닫고 나아가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그녀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어머니가 옷을 벗은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자식들을 위해 평생 뼈빠지게 일을 한 엄마는 지금 병마와 싸우고 있는 중이다.

딸은 엄마에게 사랑했노라고 말을 전할 적당한 때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곧 희망을 놓은 것이라 여겨질까 입에 올리기 두렵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결국 그녀는 눈 감은 엄마의 얼굴을 보고서야 비로서 말한다.

엄마를 이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했노라고.

함께 있을 때 우리는 소중함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없어진 뒤에야 비로소 깨닫는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 친구 역시 그렇다. 그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지만 그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떠나보내고만다.

여기 삶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죽음을 성찰하며 삶의 의미,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다.

<마지막 사진 한 장>은 그런 23인의 다양한 풍경들을 담은 책이다.

김훈의 추천의 글이 눈에 띈다.

"죽어서 소멸하는 사랑과 열정이 어째서 살아있는 동안의 삶을 들볶아 대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 사랑과 열정으로 더불어 하루하루가 무사할 수 있다는 것은 복 받은 일이다."

특히나 가족행사를 비롯, 소중한 사람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할 날이 많은 5월.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들의 얼굴이 떠올라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히 했던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하나 하나 떠올리며 감사의 마음을 띄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