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지겹게도 들었던, 너무 오래되어서 이제는 다시는 들을 수도 없는 그런 앨범.

처음으로 가지게 된 앨범이었고 처음으로 느껴본 설렘을 내게 준 앨범

<하루 - Really>

중학교 졸업 선물로 하루의 앨범을 받았었다. 그때는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을 정도의 금전적 여유가 없었음으로 하루의 앨범을 선물 받은 건 산타크로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만큼 기쁜 일이었다.

처음 타이틀 곡 타아(他我)를 들은 것은 뮤직비디오를 보았을 때다 청각 보다는 시각을 자극하는 뮤직비디오에서 하루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는 뭔가 예쁜데 소름이 돋았다. 소름 끼치게 기교가 있는 노래가 아니었는데도...

그때부터 컴퓨터만 켜면 타아(他我)를 들었다(그때 나에겐 CDP가 없었다). 몇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고 점점 빠져들어서 결국엔 친한 언니에게 졸라 앨범을 선물 받고 부모님께 CDP를 선물 받았다. 그 이후로 거의 일년을 같은 하루의 앨범만을 들었다. 질리지도 않고...

하루의 목소리의 장 큰 장점은 슬픈 노래는 아주 슬퍼지고 밝은 노래는 통통 튀는 탱탱볼 같다는 것이다. 나긋나긋 울리는 목소리는 바로 하루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나는 지금부터 나에게 정말 의미가 큰 하루의 Really를 소개하려 한다.

첫 번째 곡 - 타아(他我)

제목을 많이 아는 사람은 없지만 막상 들으면 “아, 이 노래!”하는 사람이 많은 노래다. 정말 난해하기 짝이 없는 노래가 아닐 수 없다. 전주부터 뭔가 신비로운 타아(他我)는 이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하루는 매우 쉽게 부르지만 실제로 따라 부르다가는 목소리가 망가질 수 있는 만만치 않은 곡이다.

타아(他我)의 뜻인 ‘다른 나’를 처음 알게 됐을 때 나는 과연 이 노래가 정말 내안에 있는 ‘다른 나’일까 아니면 너무 나와 닮았지만 타인인 ‘다른 나’일까를 고민했다. 몇 달을 고민한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내 안에 있는 ‘다른 나’였다.

정말 잊고 싶지만 지워지지 않는 기억을 가지고 있는 ‘다른 나’와 함께하며 매일 꿈에서 악몽을 꾸는 여자아이, 그리고 몸의 주인인 아이를 안쓰러워하는 슬픈 기억의 ‘다른 나’의 노래. 마지막엔 슬픈 기억을 가진 ‘다른 나’의 소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노래를 들으니 마치 코러스로 들리는 목소리가 안쓰럽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물론, 이건 지극히 나의 생각이고 그때 하루는 어떤 의미를 두고 이 노래를 작사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 노래는 아주 어렵지만 누구의 귀에 박히는 노래임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영화나 어려운 소설을 좋아한다면 나처럼 추리를 하면서 들어도 나쁘지 않은 곡이다.

두 번째 곡 - 난다

‘애써 너를 숨기지 말고 꾸미지도 말아. 그대로의 네가 난 다 좋아’하는 듯 귀여운 두 번째 트랙의 난다.

솔직한 네가 좋다며 계속 노래하는 하루의 목소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보며 안절부절하는 소녀의 모습 같기도 하고 틀을 깨고 나와도 된다며 웃는 어른스러운 소녀의 모습 같은 노래다. 제목처럼 점프슈즈를 신고 하늘을 붕붕 떠다니는 귀엽고 깜찍한 사랑노래다.

세 번째 곡 -Everybody

이별의 시작에서 부르는 노래가 아니다. 이별의 끝 즈음에서 부르는 노래다. 지금 막 헤어져서 마음이 너무 아프고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는 때가 아니라 이별 끝 즈음에 다 잊지는 못했는데 외롭고 아프고 누군가 나한테 와서 위로해주고 안아줬으면 하고 바라지만 아직은 그 사람이 돌아올 것 같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결국엔 벽안으로 숨어서 누군가 들어와 주길 바라는 여자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는 노래.

아무나 좋다고 말하지만 결국 그 사람 이어야해 하는 세 번째 곡 Everybody

네 번째 곡 - 그대의 하늘 위를 나는

처음에 언급 했던 것처럼 아주 슬픈 목소리가 나타나는 노래. 어떤 의미로던 ‘멀리 아주 멀리 닿을 수 없는 곳에 그대를 보낸(죽음,이별,아니면 단순한 몸의 멀어짐) 나는 그대에게 가고 싶어요, 그대를 이렇게 보내서 후회하고 있어요’라고 계속계속 말하는 듯 하다. 그래서 처음에 들었을 때는 잘 모르다가 들으면 들을수록 너무 슬퍼서 견디지 못하는 노래.

다섯 번째 곡 - 애정다반사

막 첫 사랑을 시작 한 듯 한 즐거운 사랑이야기. 밀고 당기며 사랑을 매일 확인하는 여자와 그런 그녀의 행동에 하나하나 질투를 하는 남자. 그 질투를 보며 여자는 ‘날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더 많이 예뻐해 줘~’하고 말꼬리를 길게 빼고 말하는 듯 하다. 많은 커플들의 사랑이야기와 가장 비슷한 노래가 아닐까?

여섯 번째 곡 - Doggy Song

제목만 보고는 고개를 갸웃 하게 되지만 애완동물을 좋아한다면 즐겁게 들을 수 있는 노래이다. ‘내 애완동물이 말을 한다면?’,‘우리 강아지가 제일 예뻐’하는 즐거운 상상이 되는 정말 내 반려동물에게 하는 노래이다. 나는 강아지를 키우는데 어쩜 이렇게 내 마음 같은 노래 일수 없다. 그리고 마지막에 강아지가 짖는 듯한 비트박스은 정말 깜찍한 상상이라고 생각한다.

여덟 번째 곡 - 위안

‘이번에는 다른 사랑을 위한 연습이었어. 난 괜찮아.... 아니 안 괜찮아...’하는 나 자신을 위로하려고 노력하는 위안. 헤어질 때마다 들으며 몇 번을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이번엔 실패했지만 다음엔 잘 할 거야 하면서도 나 이제 당신같이 좋은 사람을 못 만나면 어쩌지? 이젠 다음엔 사랑 같은 거 못하면 어쩌지? 라고 말하는 노래라 어쩌면 독약처럼 쓰디쓴 노래일수도 있다. 사랑을 좋아하는 한국인에게 딱!이라고 생각한다T: 21px; FONT-FAMILY: ’바탕’; TEXT-ALIGN: justify">
아홉 번째 곡 - Secret Sign

넌 나한테 반했어 다가 올 거야 다가와 나에게 다가와 하는 듯 유혹하는 목소리로 계속 노래한다. 다른 댄스곡 들 처럼 강하게 치는 부분은 없지만 오히려 조근조근 속삭이는게 더 가슴 떨리는 것처럼 아슬아슬한 기분이 들게된다.

열 번째 곡 - 꼬리

덜미를 잡히다 할 때와 같은 의미의 ‘꼬리’. 그에게 나 말고도 다른 여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분노다. 한두명도 아니고 난 자존심 상해서 나는 너를 버리겠어 하는 일침을 놓아버리는 노래.

가끔 “나한테 걸리지만 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화나면 더 무섭다는 걸 알려주는 듯 차근차근 널 버리겠다고 말한다.

열한 번째 곡 - Rain

너무 떨려서 내가 사랑한다고 말하면, 내가 너무 행복하다고 하면 떠나 버릴 것 같은 꿈같은 사랑을 하고 있는 노래다. 입 맞춤전 눈을 꼭 감은 귀여운 여자아이가 떠오르는 곡

열세 번째 곡 - 아이ya

지극히 내 생각이지만 타아(他我)의 몸의 주인인 아이가 모든걸 알아 버렸을 때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죽어버린 내 안의 나를 안타까워하고 슬퍼하고 아쉬워하는... 아이ya의 반복이 뭔가 간절하고 안타까움을 줘서 자꾸 마음을 틀어 막게 된다.

어쩌면 그냥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서 떠나가지 않게 붙잡아 두는 걸 지도 모르지만 뭔가 의미를 주고싶어서 첫곡과 끝곡이 하나였으면 하는 생각에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나처럼 타아를 듣고 아이ya와 매치 시켜보면 즐거운 음악감상이 되지 않을까?

가사가없는 트랙과 온통영어라 이해할 수 없는 트랙을 뺀 Really의 소개를 마치면서 오랜만에 Really를 들었다. 거의 두 시간 가까이 앨범을 들으며 그땐 이런 상황에서 이 노래를 들었었지 하며 옛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지금은 cd의 기스가 너무 많이 나서 CDP로 들을 순 없었지만 절판이되서 다시 구할 수 없는 이 앨범을 한명이라도 더 많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엉망진창인 리뷰가 부디 단 한명이라도 하루의 음반을 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할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