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나쁜 습관인데, 연주곡은 잘 안 듣는 습관이 있었다. 

언어유희를 좋아하는 나란 사람에게 가사가 없는 곡은 그저 졸리는, 피곤한 사운드일 뿐이라고 생각되던 시절이 있단 말이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연주곡 앨범은 선물받아도 한두번 듣다가 책상 위에 올려두기 일쑤였다. 신나는 사운드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피아노곡은 그 흐름이 다 비슷비슷하게 다가와서였다.

시간이 흐르고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아주 조금은 자라기 시작하면서 내 음악취향도 조금씩 폭이 넓어지고 있었다. 그때 알게된 앨범이 바로 이 silhouette Of A Breeze 앨범이었다. 보지도 않은 작품의, 그것도 애니메이션의 ost를 듣는 취미가 없는 나로써는 꽤 대단한 도전이었던 셈이다. 마음 편하게 들을만한 음반을 찾고 있었는데 이 앨범의 평이 너무 좋아서 찾아듣게 된 것이다.

이 앨범의 메인곡인 Silhouette Of A Breeze은 그동안 내가 들어왔던 연주곡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연주곡이 그렇게 경쾌하고 산뜻할 수 있다니, 나로써는 생경한 충격이었던 것이다. Silhouette Of A Breeze는 정말 제목처럼 산들바람의 실루엣을 느끼는 듯한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다.

이 앨범의 프로듀서이자 연주가인 양방언이 일본 뉴에이지계에서도 꽤 유명한 제일교포피아니스트이며, 개인앨범 외에도 엠마, 십이국기, 아이온 등 다양한 ost에 참여한 실력파 아티스트라는 점도 꽤 흥미로운 면이었다. 

이 앨범으로 나는 또한명의 아티스트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의 음악은 언제 들어도 휴식같은 느낌을 준다. 양방언이라는 아티스트는 아직까지는 국내에는 많이 낯설지만 그가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된다면 국내음악계에도 새로운 돌풍이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대중은 새로운 기호를 원하고, 색다른 것은 오래된 것에서 다시 기인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최근 국내에서 정재형이라는 아티스트가 많은 인기를 얻은 것처럼 말이다. 그의 음악이 대중에 소개될 날이 머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