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나는 보아를 10년동안 좋아한 일개팬이라는 점.

그래서 그녀에게 후한 평을 한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보아라는 이름은 이제는 하나의 신화가 아닐까. 160도 안 되는 작은 체구의 이 여자는 홀홀단신 오리콘차트 1위에 최초로 오르지를 않나, 무도칸을 가득 메우질 않나. 그녀가 스스로 세운, 갱신한 기록은 끝도 없을 것이다. 나열하자면 너무 많으니 생략하고. 그녀가 세운 기록 중 이색적인 것은 아이돌 가수에게 '일본활동'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었던 가수이기도 하다. 음반시장이 죽어가기 시작한 시절 새로운 시장에 목말라있던 가수들에게 새로운 물꼬를 터준 셈이다. 동시에 별명인 '아시아의 별'이라는 말처럼 한국 댄스가요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한 인물이라고 나는 칭하고 싶다.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이른 데뷔 때문인지, 혹은 그동안의 슬럼프가 없다고 느껴져서인지 지칠 줄 모르던 그녀의 음악이었지만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있는 법.

보아의 매력은 가창력 그 자체보다는 뛰어난 라이브실력과 어우러지는 퍼포먼스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적어도 보아만큼 춤을 매력있게 추는 여자가수는 결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건 스스로의 견해일 뿐, 공인된 사실은 아니다) 그녀의 가장 장점이라고 여겨지는 댄스 장르에 몰입하지 않고 간간히 나오는 발라드음반의 특색없음 등의 악재로 퍼포먼스와 라이브가 특징인 그녀의 매력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 것이다. the face 앨범 이후로 그녀의 일본 앨범은 약간의 휴면기에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그녀는 이미 충분히 성공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기록을 갱신하지 않아도 되긴 했다. SM이라는 거대기획사에서 그녀의 입지는 이미 훌륭하게 성장하고 있었고 15살이라는 나이부터 시작한 그녀의 신기록들은 이제 그녀의 후배들이 이어나가고 있으니까 이제는 안심하고 맡겨도 될 때이다.  

하지만 이 욕심쟁이가 다시 한번 일어서기 시작한다. 이제는 꼬마, 혹은 소녀라고 불리기 보다 한 여성의 목소리로 일어나 노래하기 시작한 것이다. 보아 스스로의 이야기라고 느껴질만큼 가사와 멜로디의 연계가 훌륭한 THIS IS WHO I AM은 그녀 스스로가 만든 자작곡이기도 하다. 솔직한 가사와 화려하지 않지만 서정적인 멜로디가 그녀의 목소리왕 어우러져 더 없이 진솔하게 다가오는 것은 나뿐일까? 

이번 앨범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창법이다. 지르기만 했던 초반앨범들에 비해 10년차 가수의 발전된 성량과 표현력은 1,2집의 앨범에서의 보아가 아닌 이제는 정말 노래를 잘 표현하는 가수로써의 매력을 보이게끔 한다.  기존의 발라드에서 느꼈던 비음조차 거의 드러나지 않고 완급조절도 잘 하는 그녀의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다.

그동안은 발라드를 부를 때 특유의 비음과 거친 발성, 답답하게 들리는 두성 때문에 발라드보다는 댄스를 선호하는 편이었는데 이번 앨범에서 그녀는 자신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스스로의 단점을 극복하고 댄스가수와 발라드가수의 한계를 극복해내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정규앨범 4집 이후로 그녀는 약간 멈춘 듯해보였는데 그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폭발시키는 이번 앨범이 참 반갑다.

보아, BOA, IDENTITY, 아이덴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