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류는 하나입니다
(All the World is Human)

모든 심장에는 인간의 피가 흐른다 (“Every human heart is human.")
                                     -헨리 워즈워드 롱펠로우, 히아와사의 노래 (1855)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카를로스 5세는 1550년 스페인의 신대륙 정복 전쟁을 잠시 중지하고 법률가들과 신학자들을 발라돌리드에 모아놓고 스페인이 새로 정복한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들의 지위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식민주의자들의 입장을 대변했던 철학자 후안 기네스 드 세뿔베다는 스페인의 신대륙 정복이 가지는 정당성을 옹호하며 중남미 원주민들을 인간으로 취급해서는 안 되며 선천적 노예로 다루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도미니칸 수도회의 신부 바르톨로뮤 드 라스 카사스는 이러한 주장을 반박하여 ‘모든 인류는 하나입니다’고 주장하며 중남미 인디오들도 스페인 국민들과 똑같은 취급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논했다.
 세뿔베다와 라스 카사스는 각자 자신이 논쟁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했지만 역사는 스페인의 신대륙 정복 정책의 현실이 세뿔베다의 관점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판정을 내린다. 하지만 라스 카사스의 견해는 황제와 가톨릭 교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훗날 인권법과 국제법 제정의 역사에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발라돌리드에서 벌어진 논쟁은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정의와 그에 따른 인간의 법적, 정치적, 사회적 권리에 대해 수세기 동안 이어진 복잡한 논의의 일부이다. 라스 카사스의 주장이 UN 헌장을 통해 전 지구적 차원에서 받아들여지기까지 400여 년이 걸렸다.
 1948년 12월 10일 유엔 총회는 인권 선언문을 채택하여 전 인류에게 인권을 보장하고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났다’고 선언했다. 이 인권 선언문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국제법상 인권에 관한 입장을 정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선언문은 ‘모든 인간은 어떠한 차별도 없이 본 선언문이 보장하는 권리와 자유를 누릴 권한을 타고 났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모든 인간이 어떠한 차별도 없어야 하는 평등한 관계를 실제로 얼마나 누리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적어도 세계 인구의 반은 단지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다. 역사적으로 자유와 평등에 대한 수많은 고결한 말들은 사실 남성만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는 여성 참정권 운동가인 에머린 팽크허스트가 1913년 11월 13일 미국 코네티컷 주의 하트포드에서 행한 연설의 주제이기도 하다.
 팽크허스트는 스스로를 당시 여성에게는 거부되었던 평등한 투표권 확보를 위한 전쟁의 투사라고 보았다. 팽크허스트는 전쟁의 승리를 위해 방화, 공공기물파손, 업무 방해나 시민 불복종 운동, 파업 등 전투적 전술도 필요하다면 허용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