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 장면 3.

당신은 지금 ‘무장 세력’ 에 잡혀있는 인질들을 석방시키기 위해 한 중동 국가로 보내진 유엔 대표 이탈리아인 사절이다. 차에 태워져 기관총을 든 네 명의 남자들에 의해 호송되었다. 눈에는 가리개가 씌워진 채 비밀 장소로 이끌려 간다. 당신은 철저히혼자인데다 무방비 상태다. 유엔 동료들 아무도 당신이 지금 있는 곳을 모른다. 당신 눈에서 가리개가 벗겨지자 마스크를 쓰고 기관총을 든 남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완전히 납치자들 처분에 맡겨진 당신은 오늘밤 살아남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당신은 가족들 생각이 나고 다시는 그들을 못 볼 수 있다는 것이 두렵다.

관계를 형성하기

잠시 동안 우리가 이런 상황에 놓였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보자. 스키용 마스크를 쓴 남자가 방금 우리에게 자신에 대해 물어보라고 권했다. 이 권유에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이 사람의 분노와 의심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우리 ‘자신의’ 두려움과 혼란은 어떻게 다룰까? 우리의 목숨과 다른 사람의 목숨이 우리가 선택하는 단어에 달려 있다면 우리는 정확히 어떻게 대응할까?

위 장면의 실제 주인공인 피코는 (다행스럽게도)공통점을 찾았다.
“아이들이 있나요?” 그가 물었다.
“그렇소.” 남자가 대답했다.
“저도 그래요.”피코가 대답했다. “당신 아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주고 싶어서 지금 이러는 건가요?”
“물론이오.”
“음, 저도 그래요. 그러니 우리는 둘 다 우리 애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주고 싶어하는 아버지들이군요.”
마스크를 쓴 그 남자가 조용히 자리를 바꾸었다. 피코 쪽으로 상체를 구부리더니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가만히 쳐다봤다.
“대체 당신 어디서 왔소?” 그가 잔뜩 궁금해하며 물었다.

자신들의 극명한 차이와 상충되는 정치적 견해를 떠나, 피코와 이 납치자는 적어도 하나의 공통된 정체성을 발견했다. 바로 둘 다 가족을 매우 아끼는 아버지라는 것이었다. 이들 ‘테러리스트’ 와 ‘외교관’ 모두 1차원의 피상적인 정체성 안에서 서로를 벽으로 가리고 있는 것이 서로에게 더 쉬웠겠지만, 둘 모두 그 좁고 분리된 방에서 걸어 나와 공통의 기반을 찾았다. 공포감에 의해 반응하는 대신 이 둘은 호기심을 바탕으로 마음을 통한 것이다. 결국 인질 석방으로 이어진 이들의 대화는 두 사람 모두의 용기가 필요했다.

테러리스트, 외교관, 관계형성, 대화, 당신은세계시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