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훈 작가의 문체를 정말 좋아했어요.

자연에 대한 묘사, 풍광을 서술한 느낌 등등,

현학적이라고 싫어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저는 그런 묘사가 섞인 멀미나는 문체가

좋았어요.

그 부분쯤 빼먹고 읽지 않는다고해서 사건 진행이나 서사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지만, 다 읽고 나서는 그 부분들만을 따로 찾아서 읽게 하는 어떤 매력을

가진 문체.

내 젊은 날의 숲에는 그런 특유의 문장이 많이 사라진 느낌이었습니다.

많이 간결해졌다고나 할까,

그래서 조금 아쉬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김 훈 작가의 책을 읽는 가장 커다란 이유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었죠.

이야기 자체는 글쎄,

그냥 아버지에 대한 어머니의 태도와 딸의 그 지친 하품같은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고,

중풍으로 쓰러진 아버지는 모습에서는 겹쳐지는 어떤 풍경이 있어,

마음이 싸했습니다.

좀 더 시선이 부드러워졌다고 느껴져서,

칼의 노래나 남한산성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 살아가는 일의 비장함 혹은 비정함을 다른 작품에서는 많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물론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그래도 아무 것도 없이 그대로 절멸하였을 것 같은 그 이전보다

작은 희망하나가 남은 듯 해서,

김중위의 연락처가 담긴 명함이 그렇듯,

살아가는 일,

어떤 자그만한 끈같은 걸 살짝 잡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그 둘의 앞 날을

해피엔딩으로 생각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마음대로.

여전히 삶의 악다구니와 피로와 고만고만한 지루함 속에서 살아갈테지만,

그 또한 작은 줄에 의지한 우리들 삶과 같아서,

다음번에는 비장미가 철철 흘러넘치는, 유려하고 현학적인 문체로 가득찬

김 훈 작가의 작품을 기대하면서,,,그러면서 냉소가 한 가득 남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