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 작가는 참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었다.

지금도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으면 가슴이 설렌다.

그런데 나와 박민규작가의 교감은 시간이 갈수록 반대다.

사실 박민규 작가의 이야기가 재미없어지기 시작한 지점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부터다.

어디 리뷰에서도 썼지만, 판타지를 그리는 소설은 꼴찌팀 응원을 하던

찌질함과 루저 정신을 찾으려하던 나의 찌질함 앞에서 공감을 잃었다.

더블은 기대를 많이 한 작품이다.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을 왔다갔다하는 박민규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그런데 그 상상력이 너무 매끈해지고, 간결해져서 처음만큼의 그 자극적인 짜릿한

기쁨이 없다.

내가 루저 중의 루저라서 그렇게 느끼고 있는 거라면 할 말 없지만,

각인이란 게 무섭다.

그 작가의 처음 작품을 읽고,

그 작가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면,

다음 작품에서도 늘 그 작가에게서는 처음 느꼈던 어떤 정서를 바라게 된다.

그리고 그게 조금 어긋나면 못견뎌한다.

나는 꼴찌팀을 응원하던,

그 백수같은 박민규 작가가 좋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세련되어 갈수록 더욱더 못 견뎌하고 있다.

큰일났다,

정말로 큰 일이 났다.

앞으로 박민규 작가가 새로운 작품을 내면

조금 망설이게 될지도 모른다.

모를 일이다,

내가 바뀌게 될지도.

좋은 말 많이 남기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어 아쉽지만, 그래도 거짓을 쓸 수는 없으니 느끼는대로

솔직하게 쓴다.

다음번에는 감동과 공감에 젖은 리뷰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나는 찌질하고, 게다가 무능해뵈기까지 하는 일련의 인간군을 그린 작품이 좋다.

적당히 비굴하고, 비열한 인간군을 그린 작품을 많이 봤으면 좋겠다.

삶 자체가 누군가가 그릴 찌질한 패배자인 나는 그런 작품을 읽으며 공감과

감동하게 된다.

소설이 사는 일이 괴로운 외로운 사람들에게 한 줌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참고로 이 책 구성은 정말 받기 황송할 정도로 과분하게 잘 꾸며져 있다.

미니북과 일러스트집 그리고 A, B사이드로 나뉘어진 책.

내용에 관한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이므로, 각자 판단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