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문학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데카메론'은 흑사병을 피해서 시골로 피난을 한   사람들이 그 피난처에서 보내는 시간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서 서로 이야기를 하나씩   하는 것을 하나의 큰 틀로 삼아 짧은 단편들을 담은 책이다. 그리고 그러한 '데카메론'   의 이야기 구조는 이후로도 비슷한 구조의 책들이 나오는 것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무   엇보다도 그러한 구조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서로 자신이 들었거나, 본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해서 그 이야기들에 현실성을   더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크게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부분은 바로 우   리가 자라면서 한번은 경험하게 되는 어린 시절의 잠자리에서 할머니나 부모님이 들려   주는 옛날 이야기의 분위기를 그런 구조의 이야기들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 '히페리온'은 그러한 구조의 이야기를 통해서 너무나 절절한 이야기 들을 만나   게 한다. 그리고 어느새 독자들은 그 이야기에서 과거의 추억과 함께 미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데카메론'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 작품 '히페리온'은 기본적으로는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에 속한다고 할 수 있   다. 하드한 과학 지식을 펼쳐내는 SF 작품보다는 훨씬 재미와 이야기에 집중해서 사람   들을 끌어당기는 이 장르의 작품들은 그래서 조금은 가볍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   지만 그 이야기는 더욱 문학적으로 완성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이 작품 '히페리온'도   그러한 장르적 특성을 잘 보여준다. 이 작품에 담겨진, 그 등장인물들이 하는 자신의 이   야기는 독립적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강렬함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이   야기들은 어느새 하나의 큰 틀로 다시 모여들어 이야기를 완성한다. 물론 그 완성은 다   시 새로운 시작을 알려주는 이야기이지만 말이다.     이 미래의 '데카메론'의 이야기의 가장 핵심은 '죽음'과 '소멸', 그리고 '시인 존 키츠'   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 만나는 그 '고통의 신'의 '슈라이크'와 '죽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이 이야기를 관통하는 중요한 소재인 '슈라이크'에 대한 이미지를   갖게한다. 그리고 이 작품 '히페리온'은 그렇게 만들어진 '슈라이크'에 대한 이미지를 각   각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제시하면서 더욱더 모호하게 만든다. 규정할 수 없는 존재인   '슈라이크'의 모습을 통해서,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 작품의 그 모든 이야기들은   어느새 너무나 절절한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큰 축   은 바로 '죽음'과 '소멸'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 '히페리온'은 결국 거대한 전쟁   의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물론 그들은 직접 전쟁을 하기 위   해서 그 곳으로 가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각자 그 전쟁에 연관을 갖고 있는 모습   을 보인다. 그리고 그들의 소망은 재미있게도 '죽음'과 '소멸', 그 어느 하나에 연결된   모습을 보인다. 너무나 닮은 이 두가지 단어는 분명 그렇게 '히페리온'이라는 이 작품   을 더욱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그 '죽음'과 '소멸'은 이 작품에 등장하   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왜 그들이 선택되었는지를 독자들이 깨닫게 만든다. 그리   고 그러한 이야기를 가장 분명하게 느끼게 하는 것은 '시간을 거꾸로 사는 딸을 둔 교   수의 이야기'와 '시간을 건너뛰며 살아가는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서 너무나도 선명하   게 독자들에게 제시가 된다. 그리고 이 책을 덮는 순간 너무나 닮은 이 '죽음'과 '소멸'   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이 '히페리온'은 높은   문학성으로 독자들을 미래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멋진 이야기들 속으로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