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설백물어는 전형적인 교고쿠 나츠히코의 작품이다.

 

작가의 이름을 모르고 이책을 읽어도 이 작품을 쓴 사람이 교고쿠 나츠히코라는 것

 

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전형적인 교고쿠 나츠히코 식의 글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

 

다. 그것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법부터, 괴담처럼 포장된 이야기들이 결국은 이

 

책의 표지에 쓰여진 말처럼 '이 세상에 진정 이상한 일이란 없다'는 작가 교고쿠

 

나츠히코의 생각을 그대로 표현한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마치 괴담처럼 보인 모든 일들이 결국은 사람이 만들어낸 너무나도 추악한 행동들

 

이 불러들인 것이라는 점에서 어쩌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괴담들은 그렇게 이면

 

에 사람들의 이야기가 숨어있는 것이 아닐까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작품 항설백물어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교고쿠 나츠히코의 다른 작품을

 

읽었던 이들이라면 이 작품 속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등장인물들이 그의 다른

 

작품들, 즉 교고쿠도 시리즈나, 백기도연대 시리즈에서 나온 등장인물들이 다양하

 

게 변화되어 그대로 살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그들이 그

 

괴담을 파헤치고 해결하는 모습은 마치 오래된 드라마인 '미션 임파서블'에서의 모

 

습들을 다시 만나는 것 같은 착각도 들게 될 것이다.

 

사실 그런 점에서 항설백물어는 그렇게 독특한 작품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 작품

 

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장치들은 결국 작가 교고쿠 나츠히코가 자신의 다른 작품

 

들에서 이미 사용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장치들을 시대를 바꾸어서

 

에도막부 시대라는 시대극적인 배경에서 다시 재구성해서 사용할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라는 공간을 지나 과거의 시간에 재배치한 그 장치들은 작가의 필력으

 

로 다시 한 번 힘을 얻어 마음껏 흥미진진한 진행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더불어

 

아무래도 조금은 긴 호흡으로 진행이 되었던 교고쿠도 시리즈나, 백기도연대 시리

 

즈와는 달리 짧은 단편 7편이 실린 이 항설백물어는 그런 점에서 더욱더 짧지만 집

 

중력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점에서 교고쿠 나츠히코의 작품들을 조금더 집중

 

력있게 만나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그의 작품의 스타일을 미리 익힐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형식의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풀어나가는 방법들도 너

 

무나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장편의 매력이 있다면, 단편과 중편의 매력도 존재한

 

다. 장편과 중편에서 현학적인 교고쿠 나츠히코의 매력을 만났다면, 항설백물어라

 

는 단편들에서는 교고쿠 나츠히코의 집중력있는 이야기의 풀어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