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작가가 쓴 '바깥은 여름' 소설집은 마음 안에 무수히 존재하는 감정선을 미묘하게 건드린다. 한 선에 살짝 닿았는데, 마치 나비효과처럼, 다른 선들로 파급되어 깊은 울림이 된다. 책장을 덮으면 울림은 메아리처럼 마음으로 돌아가는데 그때 마음은 이전과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달랐다. 조로증에 걸려 죽어가는 아이가 주인공이지만 그는 유머와 여유가 넘쳤고 지혜로웠다. 리드미컬한 문장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아이가 죽는 이야기인만큼 감정을 건드리는 폭도 컸다.

 이 소설집은 세월호 이후에 쓴 작품들로 이루어졌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소설집에 수록된 모든 작품들에서 죽음과 상실을 다루는게 의도한 바가 아니라고 했다. 아마 실제로 의도하지 않았을 거다. 그럼에도 우리를 뒤엎은 거대한 상실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으리라. '입동'에서 부부는 아이를 사고로 잃었다. '건너편'에서 오랜 연인은 이별했다. '침묵의 미래'에서 소수언어는 사라진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에서 도경은 교사로서 학생을 구하다 같이 죽는다. 남겨진 사람들은 살아간다. 그 삶은 겨울처럼 춥고 쓸쓸하다. 그들을 둘러싼 어떤 경계 밖은 따뜻한 여름이라도 그 안은 서늘한 겨울이다.

 사회학자 선배는 고통은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예전이라면 무슨 소리냐, 고통은 나눌수록 가벼워지는거 아니냐 했을거다. 지금은 조금 안다. 정말 고통스러울 때는 말이 안 나온다. 그저 비명같은 울부짖음만 가능하다. 고통을 말로 한다면 이미 고통은 끝나고 말할 수 있을만큼 내적으로 정리한 후다. 고통을 준 사건은 물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서 내가 어떤 고통을 받는지 어떻게 말할 수 있나?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하나같이 울부짖는 모습을 떠올리면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남의 고통은 내 고통이 아니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뿐 똑같이 느낄 수 없다. 그러면 어떻게 고통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

 문학이 하는 역할이 말로 전할 수 없는 고통을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는게 아니겠는가? 고통을 주게 된 어떤 사건뿐만 아니라 전후 맥락이 있는 이야기는 고통의 전모를 전할 수 없더라도 그 일부만큼은 전할 수 있다. 타인의 고통을 안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고통이 거듭되지 않도록 뭐라도 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무엇을 해야하나?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고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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