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0년 영국 런던에는 인기있는 구경거리가 여럿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는 남아프리카에서 온 원주민 여성인 '사르키 바트만'이었다. 그녀는 거대한 엉덩이와 또한 비대한 음순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생인류와 유인원 사이의 '잃어버린 고리' 즉 백인들보다 진화가 덜 된 인종으로 취급되며 전시되었다. 그녀는 1815년 파리에서도 시민들에게 전시되다가 병으로 죽는다. 그녀의 뇌와 성기는 용기에 담겨져 전시, 보관되고 몸은 밀랍으로 본떠져 파리의 자연사박물관에 보관, 전시되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아파르트헤이트'가 끝나고 만델라가 새로운 지도자가 되면서 그녀의 유해 반환 운동이 추진되고 2002년 200여년 만에 마침내 그녀의 유해가 고향으로 돌아와 묻힌다.

 

 이 책은 이 일련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옮긴이는 아프리카연구고 소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2002년 남아공에서 '사르키 바트만'의 유해가 귀국하여 안장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녀의 삶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는 그녀의 삶을 연극으로 만들어 공연하기도 했다. 옮긴이 서문에 절절한 감상이 잘 들어있다.

 

 그녀의 짧고 고단한 삶에는 당대의 모순이 집약되어 있다. 인종적, 계급적, 성적 모순이 그녀를 통해 모두 드러난다. 그녀의 삶을 책을 통해 따라가면서 이런 모순들에 치를 떨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으로 이 책의 저자는 그녀가 단지 수동적으로 당하기만 한 가련한 여성이 아님을 밝힌다. 당대의 기준에서 그녀는 나름대로의 자신의 주체적 삶을 위해 애쓴 흔적이 있다.

 

 그녀의 귀향길에 바쳐진 이 시는 프랑스의 정치인들이 '사르키 바트만'의 유해가 프랑스에서 남아공으로 돌아가는 결정을 내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 시를 옮겨본다.

 

나, 당신을 고향에 모시러 왔나이다. 고향에!

그 너른 들판이 기억나시는지요,

커다란 너도밤나무 밑을 흐르던 빛나는 푸른 잔디를 기억하시는지요?

공기는 선선하고, 이제는 더이상 태양도 불타오르지 않습니다.

나, 언덕 기슭에 당신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나이다.

부추꽃과 민트꽃 만발한 이불을 덮으소서.

프로티아꽃들은 노랗고 하얀 모습으로 서 있고,

냇가 시냇물은 조약돌 너머로 졸졸 노래부르며 흐르나이다.

나 당신을 해방시키러 여기 왔나이다.

괴물이 되어버린 인간의

집요한 눈들로부터,

제국주의의 마수로

어둠 속을 살아내는 괴물,

당신의 육체를 산산이 조각내고

당신의 영혼을 사탄의 영혼이라 말하며

스스로를 궁극의 신이라 선언한 괴물로부터!

 

-다이애나 퍼러스 [나, 당신을 고향에 모시러 왔나이다] 중에서

 

사르키바트만, 호텐토트의비너스, 인종주의, 남아프리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