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서구의 인문학,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언어학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언어학에 대한 책을 보려고 기회를 보다가 이 책을 주문하였다. 현대 언어학의 아버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소쉬르는 생전에 학위논문이 아니고서는 저서를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이 책은 소쉬르가 강의한 내용을 제자들이 재구성한 것이다.

 우리의 의사소통 도구인 언어를 연구대상으로 삼다보니 서술에서 '예'가 필수적인데 그 '예'가 대부분 그리스어 라틴어 불어 이다 보니 이건 어렵다를 넘어 이해불능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단 읽기 시작한 책은 끝을 본다는 결심을 지키기 위해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일단은 끝까지 '읽었다'(잘 이해하지는 못했다...).

 서양학자들의 저술을 읽으면 이들은 연구대상을 엄격하게 한정짓고 있다. 우리의 현실세계는 복잡다단하여 실제로는 어떤 특정한 대상만을 따로 추출해 내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문제 삼고자 하는 특정 영역을 현실세계에서 분리하되 그 경계를 주제와 연구방법에 맞게끔 설정한다. 이 작업이야말로 개념들을 정의하여 한계를 정하는 것으로서 사실상 연구의 결과가 되기도 한다. 의사소통 수단의 가장 기초적인 언어를 연구대상으로 삼기 휘하여 소쉬르는 언어활동 전체를 분석한다.

 소쉬르는 언어학에서 '언어'와 '화언'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 '언어'는 구별되는 개념들에 해당하는 구별되는 기호들의 체계를 구성하는 능력이고, 개인이 수동적으로 습득하는 산물로써, 집단 속에서만 완전하게 존재한다.
 이에 대비되는 것으로서 '화언'은 의지적이고 지적인 개인 행위인데 (1) 화자가 그의 개인적 사고를 표현하기 위해 언어 코드(법전)를 사용할 때 행하는 결합 (2) 화자가 이 결합을 표출하도록 해주는 정신적이고 물리적인 메커니즘이다. 발화과정 전체를 의미한다고 보면 될 듯하다.

 언어기호가 결합시키는 것은 한 사물과 한 명칭이 아니라, 하나의 개념과 하나의 청각영상이다. 이 청각영상이란 순전히 물리적 사물인 실체적 소리가 아니라, 그 소리의 정신적 흔적, 즉 감각이 우리에게 증언해 주는 소리의 재현이다. 소쉬르는 이에 대해 우리가 발음하지 않고도 머리 속으로 시를 암송하거나, 생각하는 것을 예로 들고 있다. 이 청각영상과 개념의 결합이 '기호'이다. 소쉬르는 개념을 기의(시니피에)로 청각영상을 기표(시니피앙)으로 대체하여 사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 기표와 기의는 '자의적'으로 결합한다. 즉, 어떤 개념은 이를 표현하는 소리의 집합과는 어떠한 내적 관계도 맺지 않는다. 기표는 기의와 현실 속에서 아무런 자연적 관계도 없다. 바꾸어 말하면 어떠한 기호체계를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바로 이 규칙 자체이지, 기호들에 내재하고 있는 가치가 아니다.

  소쉬르는 가치를 다루는 과학(언어학과 경제학)은 필연적으로 내적 이중성을 가지게 된다고 보았다. 이중성은 동시성(공시성)과 연속성(통시성)을 뜻한다. 이들 과학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상이한 질서에 속하는 두 사물 사이의 등가 체계이다. 즉 경제학에 있어서는 노동과 임금, 언어학에 있어서는 기의와 기표이다. 이렇게 비교하는 것을 처음 접하는지라 잘 이해는 안되지만 옮겨 보았다.

 기표와 기의는 둘 다 내재적으로 어떤 식별된 가치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둘 다 다른 것들과의 비교에 의해서만 대비되어 의미를 가지게 되고 이로서 가치를 얻는다. 이러한 언어에 대한 정의는 언어에서 신비스러움을 걷어내어 과학의 대상으로 편입되게 한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자의성'이란 것은 고정된 실체의 가치, 의미가 확정된 플라톤의 '이데아'적인 세계관 대신 상대적인 진리체계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절대권력, 중심부와 미시영역에서의 권력작동, 주변부가 동일한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

 소쉬르에 태동된 언어학이 이후의 인문학, 심리학, 철학에 돌이킬 수 없는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는데 아주 조금은 그 영향이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외국어 능력의 절대적인 한계로 인해 대다수의 세부사항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언어학이란 이런 내용을 다루는 것이다 정도를 아는데 만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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