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두 사건을 비교해보자. 하나는 한 사람이 로또 복권 1등에 두 번 당첨되는 사건이다. 다른 하나는 원숭이가 아무렇게나 타자기를 쳤더니 셰익스피어 전집이 타이핑되어 나오는 사건이다. 둘 모두 일어날 확률이 천문학적으로 낮은 사건이다. 그런데 앞의 사건은 실제로 일어났고 뒤의 사건은 일어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일어날 법하지 않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이 책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극도로 개연성이 낮은 사건이 발생하는 일이 결코 기적 따위가 아니며,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일어나지 않는다.

 저자는 신비할만큼 극히 이례적인 일들이 일어나는 바탕에 다섯 가지 '우연의 법칙'이 있다고 설명한다. 첫째는, '필연성의 법칙'이다. 아주 상식적인 법칙으로 "무슨 일인가는 반드시 일어난다"는 단순한 사실이다. 만일 가능한 모든 결과들의 목록을 완전하게 작성할 수 있다면 그 결과들 중 하나는 반드시 나온다. 단지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다. 한국 로또는 45개의 숫자 중에서 6개의 숫자를 맞추어야 1등 당첨이다. 이는 45개 중에서 6개를 고르는 조합의 수와 같다. 공식을 써서 계산하면 8,145,060인데 모든 가능한 로또 조합의 개수다. 이 조합을 모두 살 수 있다면 일등 당첨 확률은 100%다. 책에 실제로 모든 가능한 조합 세트를 사려고 시도한 펀드가 나온다.

 둘째는, '아주 큰 수의 법칙'이다. 우연의 법칙 중에서 가장 중요한데 "아주 많은 기회가 있으면, 아무리 드문 일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2016년 한국 로또 판매 금액이 3조 8000억원이라는데 일 년이 53주이므로 매 주 700억원 정도가 팔린다. 한 조합 금액이 1,000원이므로 사람들이 대략 7000만 조합을 구매한다. 이는 전체 조합의 9배나 되는 수이다. 그러므로 거의 매번 여러 명이 일등에 당첨된다. 한 사람이 두 번 로또 일등에 당첨될 확률은 거의 몇 조분의 1에 해당한다. 그런데 로또는 세계 곳곳에 여러 개가 있으며 수십 년 동안 열렸다.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는 몇 억명이 될 테고, 이들이 한 번만 참여하지 않으며, 한 장만 사지도 않는다. 이 수를 다 곱하면 몇 조라는 숫자가 나올 수 있다.

 셋째는 '선택의 법칙'이다. 선택을 하는 시간이 문제인데 "사건이 일어난 후에 선책할 수 있다면, 확률을 원하는 만큼 높일 수 있다." 책에 나온 예는 이렇다. 길가는 사람이 활쏘기 표적을 봤는데 모든 화살이 과녁의 정중앙에 꽂혔다.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조금 더 가보니 궁사가 화살을 중심으로 과녁을 그리고 있었다. 선택의 법칙은 이런 거다. 책에는 조금 더 생각할 만한 예가 나온다.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스톡옵션을 받았는데 하필 옵션을 행사하기 최적의 날에 받았다. 그것도 여러 번 연달아서 말이다.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수천억 분의 일에 해당했다. 여러 가지 추론이 나왔으나 진실은 이랬다. 스톡옵션 승인일을 사후에 '선택'한 것이다. 가장 큰 이익을 얻을 시점에 스톡옵션이 부여되도록 나중에 승인일을 고른거다. 예언가나 심령술사가 미래를 잘 맞추기로 소문난 이유는 적중한 경우만 사람들이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맞춘 일보다 틀린 일이 훨씬 많다. 이 모두가 '선택의 법칙'에 해당한다. 이 법칙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선택 편향'으로 우리를 이끌어 오류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넷째는, '확률 지렛대의 법칙'이다. 상황이 미세하게 바뀌더라도 확률은 엄청나게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미미한 확률이 높은 확률로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사람이 벼락을 맞은 확률은 30만분의 1이라고 한다. 무척 낮은 확률이다. 그런데 미국 버지니아 공원 경비원 로이 설리반은 7번이나 낙뢰를 맞았다. 벼락이 언제 칠까? 만약 폭풍이 몰아치는 날 국립공원을 돌아다닌다면 일반적인 경우보다 확률이 엄청 높아지지 않겠는가? 또다른 예로 1987년 10월 19일 검은 월요일에 미국 증시가 대폭락한 사건을 보자. 전문가들은 이렇게 증시가 폭락할 확률이 '정규분포를 고려할 때' 10의 160제곱 분의 1이라고 했다. 10의 160제곱이면 우주 전체에 존재하는 수소 원자의 개수(10의 80제곱)보다도 비교할 수 없이 큰 수다. 그런데 그 일이 일어났다. 그 이유는 주가 요동이 정규분포에 가깝지만 엄밀하게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규분포에서 벗어나면서 확률이 크게 차이가 났다.

 다섯째는 '충분함의 법칙'이다. "충분히 유사한 사건들은 동일하다고 간주된다"는 법칙이다. 만약 로또 당첨을 1등만이 아니라 2등도 포함시키면 확률이 엄청나게 커진다. 두 번 당첨에 2등까지 포함한다면 우리나라에도 상당수가 존재한다.

 이 다섯 법칙을 고려하면 맨 처음 두 사건에서 왜 로또 1등에 두 번 당첨된 사람은 존재하고, 원숭이가 셰익스피어를 타이핑하는 일은 생기지 않는지 판명할 수 있다. 후자는 '큰 수의 법칙'을 만족하지 못한다. 아무렇게나 타이핑해서 셰익스피어 작품이 나올 확률은 28의 수만제곱은 넘지 싶은데 여기에 한참 못미치는 시도만 가능하다. 사실 통계는 사람의 직관과 일치하지 않는다. 유명한 도박꾼의 오류도 있다. 앞선 사건이 뒤의 사건에 영향을 주지 않는데도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기 어렵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직관에 반하지만 수학적으로 접근하는 일을 어떻게 하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쉬운 서술과 풍부한 예, 흥미있고 사회적으로도 생각해 볼만한 사례들이 가득 실려서 읽는 내내 감탄했다. 수십억 인류가 살아가는 지구에서는 별별 일이 다 생긴다. 신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일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그런 일이 기적이 아니라 통계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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