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존재를 주장하여 정신분석학과 심리학 뿐만 아니라 인류의 문화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프로이트는 맑스, 니체와 더불어 3대 혁명적 사상가로 손꼽힌다. 프로이트 식의 정신분석 치료는 현재 주류도 아니고 비판도 많이 받고 있지만 인문학계에서 프로이트의 영향력은 여전히 거대하다. 2010년도에 다른 한의사들과 함께 서양 심리학 공부 모임에서 프로이트 입문서를 읽은 적 있었고, 기타 다른 심리학 서적들을 제법 보았다고 생각해서 별로 어려울 것 같지 않아서 성큼 이 책 ‘정신분석학의 근본 개념’을 집어 들었는데 예상보다 많이 어려웠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도 몇몇 일이 있어 다 읽기까지 시간이 제법 걸렸다. 그럼에도 앞으로 라캉과 지젝을 읽기 위해 프로이트의 저작을 읽어 볼 필요가 있고,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씌어진 현대 소설들은 일종의 심리탐구이기도 하므로 프로이트의 사상을 알아두는 것이 내 인문학 공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 포기하지 않았다.

 

내가 읽은 ‘정신분석학의 근본 개념’은 “쾌락 원칙을 넘어서”와 “자아와 이드” 이 두 논문을 중심으로 정신분석을 심리학의 인문과학으로 완성시키려는 프로이트의 의도가 들어 있는 글들을 묶은 책이다. ‘열린책들’에서 나온 프로이트 전집의 11번째 책이기도 하다. 제목대로 정신분석학의 근본 개념들인 ‘자아’, ‘이드’, ‘본능’, ‘리비도’, ‘무의식’, ‘나르시시즘’ 등을 다룬다. 프로이트를 찾아 읽게 만든 ‘플롯찾아읽기’에서는 우선 ‘쾌락원칙을 넘어서’가 주로 다루는 대상이므로 이 리뷰는 다른 주요 논문인 ‘자아와 이드’를 중심으로 정리해 보겠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생각거리들이 떠올랐다. 현대 신경과학이 밝혀낸 신경생리학적인 부분에 영향을 주었을 것 같은 가설도 있었고, 내 자신이나 주변 인물들에 적용해 볼 만한 정신분석의 예시들도 있었다. 또, ‘자아와 이드’에서 호문클루스를 언급하는 부분이 있는데 뇌의 해부학적 기능에 대한 연구가 서양에서는 매우 일찍 시작되어 20세기 초반에도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음에 놀랐다. 그러나 아직은 내가 프로이트의 글을 이해하는 것만도 벅차서 우선은 정리만 해 보려고 한다.

 

 

1. 의식과 무의식적인 것

 

어떠한 관념이 의식화될 수 없는 이유는 어떤 힘이 그것에 대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관념이 의식화되기 전에 존재한 상태를 일컬어 <억압>이라고 부른다. 그 억압을 만들고 유지시키는 힘을 분석 작업 중에 나타나는 <저항>이라고 생각한다. 억압된 것이 바로 무의식의 원형이다.

 

각 개인 속에는 정신 과정을 일관성 있게 조직화하는 것이 존재하는데 이것을 <자아>라고 부른다. 이 자아에 의식이 부착된다. 무의식이 억압된 것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억압된 모든 것은 무의식이지만 무의식적인 모든 것이 억압된 것은 아니다. 자아의 일부 역시 무의식이다. 자아에 속한 이 무의식은 전의식과 같이 잠재적이지 않다.

 

2. 자아와 이드

 

무의식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로 있는 어떤 자료에 대해서 일어나는 것이고, 전의식적 관념은 거기에 덧붙여 <언어 표상>과 관련을 맺는다. 어떤 것이 어떻게 전의식화하느냐? 그것에 상응하는 언어 표상과 관련을 맺음으로써. 언어 표상은 기억의 잔재물이다. 한때 <의식>적 지각이었던 것만이 의식화될 수 있으며 내부에서 일어나는 것으로서 의식화되기를 추구하는 것은 무엇이나 반드시 외부적 지각으로 변형되어야 한다. 언어 표상이 개재됨으로써 내부의 사고 과정이 지각으로 된다.

 

자아와 이드의 관계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무의식 상태인 정신적인 이드가 자리잡는다. 이것의 표면에 자아가 자리잡는데, 자아는 이드를 완전히 감싸지 않는다. 이 자아는 그것의 핵인 <지각>의 조직에서 발전해 나온 것이다. <지각>의 조직은 배반이 난자 위에 자리 잡듯이 자아의 표면을 형성하는 정도까지만 감싼다. 자아는 이드로부터 칼로 자르듯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자아의 하부는 이드와 합병된다. 그러나 억압된 것도 역시 이드와 합병되어 이것의 일부를 구성한다. 억압된 것은 억압의 저항에 의해 자아로부터 완전히 단절되어 있다. 억압된 것은 이드를 통해서 자아와 의사소통할 수 있다.

 

자아는 <지각-의식>의 매개를 통해 외부 세계의 직접적인 영향에 의해서 수정된 부분의 이드이다. 이드 속에서 본능에 해당하는 역할을 자아에서는 지각이 한다. 자아는 이드의 의지를, 마치 그것이 자신의 의지인 양 행동으로 나타내는 습관이 있다.

 

자아는 무엇보다도 먼저 육체적 자아이다. 그것은 표면적 실체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표면의 투영이다. 해부학적 유추는 호문클루스이다.

 

3. 자아와 초자아(자아 이상)

 

우울증의 예에서 보듯이 상실한 대상이 다시 자아 속에 자리잡는 것- 즉, 대상 리비도 집중이 동일시에 의해서 대치된다. 이러한 종류의 대치는 자아가 취하는 형태를 결정하는 것에 큰 몫을 담당하여 이른바 <성격>을 형성하는데 근본적으로 기여한다.

 

인간의 초기 원시적 구순기에는 대상 리비도 집중과 동일시가 구별되지 않는다. 그 후에 대상 리비도 집중은 성적 경향을 욕구로서 느끼는 이드에서 나온다. 어떤 사람이 성적 대상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의 자아의 변화가 뒤따르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데, 이것은 자아 내에 그 대상을 설치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자아의 성격은 포기한 대상 리비도 집중의 침전물이고 따라서 그것은 대상 선택의 역사를 포함하고 있다.

 

대상 리비도를 자기애적 리비도로 변형시키는 일은 성적 목적의 포기, 탈성화, 일종의 승화를 암시한다. 모든 승화는 자아를 매개로 발생하는 것으로, 이 과정은 우선 성적 대상 리비도를 자기애적 리비도로 바꾸고 그 다음에는 그것에 다른 목적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어린아이 시절에 가장 중요한 첫번째 동일시, 즉 아버지와의 동일시의 효과는 일반적이고 영속적이다. 남자아이의 경우 어머니에 대한 대상 리비도 집중을 개발시키는데, 이것은 어머니의 젖과 관련이 있고 의존 유형에 의한 대상 선택의 원형이 된다. 이 아이는 자기 자신을 아버지와 동일시 하여 아버지 문제를 처리한다. 이 아이의 어머니에 대한 성적 욕망이 더 강렬하게 되고 아버지는 그 욕망에 대한 장애물로 인식되기에 이르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발생한다. 그 후부터 자식과 아버지의 관계는 양가적이다. 아버지에 대한 양가적인 태도와 어머니에 대한 애정 일변도의 관게는 남자아이에게 있어 단순한 긍정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내용을 형성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극복과 더불어 아이의 어머니에 대한 대상 리비도 집중은 포기되어야 한다. 그 자리는 어머니와의 동일시나 아버지와의 동일시 강화, 이 둘 중의 하나로 채워질 수 있다. 후자의 결과가 남자아이의 성격에 남성성을 강화시켜 준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의해서 지배되는 성적 단계가 가져오는 일반적인 결과는, 자아 속에 어떤 침전물을 형성하는 것인데 이것은 두 개의 동일시(아버지와의, 어머니와의)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자아의 수정은 그 나름의 특별한 입장을 표명한다. 그것은 자아 이상이나 초자아로서 자아의 다른 내용들과 직면한다.

 

초자아는 아버지의 성격을 띤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강렬할수록, 그리고 그것이 권위나 종교, 교육 등에 의해서 억압에 빨리 굴복할수록, 그 후에 나타나는 초자아의 자아에 대한 지배력은 양심이나 무의식의 형태로 더욱 엄격하게 될 것이다.

 

자아가 근본적으로 외부 세계나 현실의 대변체인 반면, 초자아는 대조적으로 내부 세계나 이드의 대변체로서 존재한다.

 

<양심>의 요구와 자아의 실제적 수행 사이의 긴장은 <죄의식>으로 경험된다. 사회적 감정은 다른 사람들과 같은 자아 이상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바탕으로 한 그들과의 동일시에 의존하고 있다. 종교와 도덕적 억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생겨나고 사회적 감정은 그 당시 젊은 세대의 구성원들 사이에 남아 있던 경쟁 심리를 극복하기 위한 필요성에서 나온 것이다.

 

4. 두 종류의 본능

 

<성적 본능>, 혹은 에로스는 억제되지 않는 정통적인 성 본능과 여기에서 유래된 것으로 목적에 의해서 억제되어 승화의 성격을 띠는 본능 충동, 그리고 자기 보존 본능도 포함한다. 에로스는 살아 있는 물질을 구성하는 미립자들을 점점 더 광범위한 결합체로 묶음으로써, 삶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동시에, 삶을 보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죽음 본능>은 유기적 생명체를 무생물 상태로 인도한다. 죽음 본능은 외부 세계와 다른 유기체를 향하는 <파괴 본능>으로서 자신을 표현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두 본능 모두가 생명의 출현에 의해서 흐트러진 사태를 재정립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생명의 출현은 삶을 지속해 가는 원인이면서 동시에 죽음을 향해 움직여 가는 원인을 제공한다. 삶 자체가 이 두 경향 사이의 갈등이요, 타협이다.

 

동성애의 기원이나 탈성화된 사회적 감정에 대한 분석적 연구에 따르면 공격적 성향으로 이끄는 폭력적인 경쟁 감정이 존재하고, 이 감정을 극복한 후에야 전에 미워하던 대상이 사랑하는 대상이 되고 그와의 동일시가 발생한다. 편집증을 분석적으로 연구한 것에 따르면 양가적 태도가 처음부터 존재하고 변형은 리비도 집중의 반작용적 자리바꿈에 의해서 생긴다.

 

적대적 태도는 만족을 모른다. 그것은 경제적 이유 때문에 사랑하는 태도로 대치된다. 왜냐하면 이것은 만족의 가망성, 즉 방출의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5. 자아의 의존 관계

 

자아는 상당 부분 동일시를 통해 형성되는데, 이 동일시는 이드에 대해서 버려진 리비도 집중을 대신한다. 이러한 동일시 중 첫번째 것은 항상 자아 속에서 특별한 실체로 행동하고 초자아의 형성 과정에서는 자아와 떨어져 존재한다. 초자아는 첫번째 동일시의 산물이고 그것도 자아가 아직은 연약할 때 생긴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후예이고 따라서 자아 속에 가장 중대한 대상을 도입했다.

 

어린아이가 한때 그의 부모에게 복종해야 할 강박 하에 있었던 것과 같이 자아도 그 초자아의 지상 명령에 복종한다.

 

<부정적 치료 반응>은 치료 도중 병세가 도리어 악회되는 것으로 <도덕적> 요소, 죄의식에 기반하고 있다. 죄의식은 벙어리로 회복에 대한 저항으로서만 자신을 표현한다. 정상적인, 의식적인 죄의식(양심)은 자아와 자아 이상 사이의 긴장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자아의 비판 세력에 의해서 자아에 내려진 유죄 판결의 표현이다.

 

승화 현상이 있은 후, 성애적 요소는 그것과 결합되어 있던 파괴적 요소의 전부를 묶을 힘을 더 이상 가지지 못한다. 따라서 이것은 공격과 파괴에 대한 경향이라는 형태로 방출된다. 이러한 분열이 자아 이상이 보여 주는 가혹함과 잔인함의 일반적 성격의 원천이 될 것이다.

 

자아는 실제 세계를 주목하는 가운데 자신을 이드에 대한 리비도적 대상으로 제공하고 이드의 리비도를 자신에게 부착시키려 한다. 자아는 이드의 무의식적 요구를 자신의 전의식적 합리화로 치장한다.이드와 현실 사이의 중간에 위치한 존재로서 자아는 너무나도 자주 아첨꾼이나 기회주의자, 거짓말쟁이가 되려는 유혹에 넘어가는데 이것은 마치 어던 정치가가 사실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자기의 자리를 대중들이 좋아하는 상태로 유지시키려고 하는 행위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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