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 이번호를 읽으면서 내가 처음으로 진지하게 환경문제와 녹색의 삶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떠올랐다. 바로 구제역으로 인한 가축들의 대규모 살처분 동영상이었다. 불과 2년도 되지 않은 일이었는데 뇌리에서 잊혀진 건 내 관심의 부족일까. 아니면 그보다 더한 일이 계속되었기 때문일까. 아무래도 둘 다이지 싶다... 게다가 여전히 나는 많은 고기를 먹고 있다...

 

 귀농하여 농사짓는 분의 에세이를 읽으며 생명의 가치와 존엄이 거대한 스케일로 무너지던 모습의 동영상을 보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 작년 3월에 쓰나미가 덮치는 유투브의 영상과 원전이 폭발하던 모습도 떠올랐다. 잊지 말자, 잊지 말자 해도 혼자서는 쉬이 잊어버리고 내 생계, 내 유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가 정기구독을 통해 읽기 시작한 녹색평론은 일상에서 약해져만 가는 내 관심과 의지를 다시금 북돋아 주기에 충분하다.

 

 이번 호에서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같은 사고 원자로만 문제가 아니라 정부 기준으로 멀쩡하게 돌아가고 있는 다른 원자력 발전소 그 자체가 엄청난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음을 강하게 인식시켜준 글들이 인상깊었다. 바로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문제이다. 일본의 저명한 원자력 전문가인 다카기 진자부로가 바로 이 노동자들의 피폭에서부터 원자력 발전의 허구와 신화를 파헤쳐 왔다고 했다. 원자력 발전에서 생산된 전기의 혜택을 누군가가 누리는 동안 그곳의 노동자들은 방사능에 노출되어 착취당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나 방송에서처럼 최첨단 장비의 방호복이 아니라 허접한 작업복과 장비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이득을 얻는 어떠한 것도 우리는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어슐라 k 르귄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소설 속의 사람들처럼 단지 도시를 떠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남아서 새로운 도시를 만드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또 관심있게 보았던 기사는 덴마크의 교육을 소개한 글이었다. 초보 아빠로서 아이의 교육이 어떠해야 할지 관심과 생각만 많았는데 덴마크의 공교육 제도와 민간 교육 제도를 소개한 이 글은 내 아이뿐 아니라 다른 많은 아이들이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교육을 생각하는데 좋은 보탬이 되었다.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내 아이를 폭압적인 경쟁 교육에서 벗어나게 할지 아직은 갈피를 못잡겠다.

 

 지난 호의 인도에 이어 이번 호는 중국의 민주주의를 다루었는데 항상 흥미롭다. 공산당의 지도력이 드넓은 중국의 구석구석에까지 미칠 수 없을텐데 어떻게 지금과 같은 비교적 안정된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지 궁금했었는데 어느 정도 의문이 풀리기도 했다. 등소평의 개혁 개방이 위로부터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먼저 이루어지기 시작했으며 현재 풀뿌리 자치의 기반이 형성되고 있음을 알려준 이번 기사는 역시 민주주의란 인민대중이 직접 참여하고 감시하는 형태로서 이루어져야 함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

 

 이번 녹색평론 124호를 읽으면서 지난 번처럼 많은 좋은 깨달음과 생각거리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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