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가져온 2011년의 일본의 쓰나미는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나도 그중의 한 사람이다. 유튜브를 통해 올라오던 쓰나미 영상을 보았을 때의 충격, 그리고 연이은 원전 사고들은 인류의 문명이란 얼마나 허약한 기반 위에 지어져 있는지를 실감나게 했다. 거대한 자연의 변화는 인류가 자랑한 기술발전을 순식간에 폐허로 만들었다. 세계지도 상에서 미세한 점보다 작은 규모의 원전에서 일어난 사고는 지구적 규모의 영향을 미친다.

 

 이전까지 막연하게 지구 온난화라든지 농작물의 다양성이 가지는 중요성들을 단편적으로 접한 적은 있었지만 2011년 3월을 계기로 인류 문명의 진보를 근본적으로 회의하게 되었다. 아직은 아이패드와 아이폰, 컴퓨터의 최신 사양에 물들어 있지만 이대로는 안된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그럴 때 읽었던 '장기비상시대'를 통해 20세기에 일어난 놀라운 물질문명의 발달은 값싼 석유 덕분임을 알 수 있었고 석유를 대체하는 에너지로 각광받는 원자력의 허구성도 대강을 알 수 있었다. 한 선배의 안내로 녹색당에도 가입했다. 내 생애 최초의 당적이 녹색당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일하는 의료생협의 배려로 녹색평론도 정기구독하게 되었다. 후쿠시마 사태 1주년을 맞아서 원자력에 대한 기사가 많았다. 밀양에서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여 자살한 할아버지의 안타까운 사연도 결국은 원자력 발전소 때문이었다. 책이 뒷부분에 각 지역의 독자모임 소개가 있던데 나도 독자모임에 들어가 의견도 나누고 실천방안도 모색하려 한다. 의료생협의 지향점과 녹색의 지향점은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 확신하므로 연계방안도 고민해야겠다.

 

 장기적으로 물질문명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지만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는 역시 원자력 발전, 핵에너지이다. 이 문제를 건드리면 자연스럽게 무절제한 소비를 부추기는 우리의 삶의 방식에 대한 고찰도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넉넉한 전기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우리의 건강한 삶이라는 것을 더욱 많은 이들이 알아가게 될 것이다. 인문학과 녹색이 앞으로의 내 주된 관심거리, 고민거리이다.

녹색평론, 후쿠시마, 원자력, 김종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