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주인공 쥘리앵은 가난한 목수의 막내 아들로 태어났지만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지성을 가졌다. 그는 세상에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고 싶은 야망을 불태운다. 소설의 제목 '적과 흑'은 적색으로 상징되는 군복과 흑색으로 상징되는 사제복을 뜻하는데 쥘리앵이 입신양명을 위해 군인과 사제의 길을 고심하는 것을 은유한다. 쥘리앵은 나폴레옹의 시대가 저물어 군인으로 출세하는 길을 포기하고 사제의 길을 선택한다. 당시는 왕정복고 시대로서 여전히 사제의 권력이 드높을 때였다. 그는 지역 유지인 레날 씨 댁에 가정교사로 들어가는데 아름다운 레날 부인과 사랑에 빠진다. 레날 부인은 남편에 대한 정절과 의무감 때문에 괴로워한다. 둘 사이의 관계를 레날 씨가 알아채어 쥘리앵은 파리로 향한다. 쥘리앵은 스승인 피라르 사제의 소개로 파리의 세력가인 드 몰 후작의 비서로 취직한다. 그는 곧 후작의 신임을 얻고 또한 후작의 딸인 마틸다의 사랑도 얻는다. 마틸다가 쥘리앵의 아이를 가지게 되어 둘은 결혼을 하려고 하지만 레날 부인의 편지가 후작에게 전달된다. 쥘리앵은 레날부인을 저격하고 이 사건으로 쥘리앵은 단두대에서 사형에 처해진다.

 

 '플롯 찾아 읽기'에서는 '적과 흑'을 부성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아버지에서 아들로 혈통을 통해 이어지는 권력과 재산이 "적법"한 것이고 쥘리앵처럼 가진 것 없는 하층계급이 새로이 부와 명예를 얻는 것을 차단하고자 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이 소설은 잘 나타내고 있다. 보잘 것 없는 포병대 하급장교에서 대 제국의 황제가 된 나폴레옹의 시대는 저물고 구체제로의 복귀를 획책하는 귀족, 부르주아, 성직자들이 권력을 장악한 당대의 현실을 주인공이 사랑과 야망을 쟁취하고 몰락하는 과정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발자크의 '나귀 가죽'에서도 가난한 청년이 마법의 가죽을 통해 엄청난 부를 얻지만 반대급부로 목숨을 잃게 되는 이야기가 1830년을 배경으로 나오고 스탕달의 '적과 흑'도 1830년을 배경으로 가난하지만 재능 있는 젊은이가 출세를 꿈꾸지만 결국은 파멸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두 위대한 작가는 그렇게 당대의 현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막혀 있던 프랑스 사회는 결국 1848년에 이르러 혁명으로 폭발하게 된다. 이런 시대적 배경을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해 있는 상황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시대적 상황과 처지는 다르지만 젊은이들의 꿈이 억압받고 존중받지 못하는 우리 현실이 지속된다면 곧 폭발하지 않을 것이라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근대 작가들의 소설은 사실 아주 재미있게 읽혀지지는 않는다. 표현과 묘사가 현대인의 감성과는 좀 멀기도 하고, 당대의 사고나 유행에 대해 아무래도 잘 모르기 때문에 무심코 지나쳐 버리는 대목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인간사에 보편적인 스토리를 현실과 절묘하게 조화시킨 언어예술의 모범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글들의 독서를 통해 사고의 폭을 넓혀주기 때문이다. '플롯 찾아 읽기'라는 책이 이렇게 고전 근대 문학을 접하게 해주는 계기가 된 것이 무척 고맙다. 다음은 프로이트의 논문들 중 일부를 모은 책 '정신분석학의 근본 개념'을 읽을 것이다. 위대한 학자들은 위대한 문학가이기도 하다. 문학가들은 등장 인물들의 심리를 누구보다 더 세밀하게 묘사한다는 점에서 심리학자이기도 하다. 이제 무의식의 혁명을 불러일으킨 프로이트의 저작으로 빠져봐야겠다.

 

스탕달, 적과흑, 사랑과야망, 183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