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롯 찾아 읽기'에서 욕망의 딜레마를 다룬 '나귀 가죽'에 이어 스탕달의 '적과 흑'을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권위, 혈통의 계승을 중심으로 하는 '부성'을 다루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소개하고 있다. 아무래도 비슷한 시기에 각가 거대한 명성을 얻은 발자크와 스탕달의 작품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데 발자크의 '나귀 가죽'은 이야기의 전개 보다는 주인공의 내면과 주변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돋보였고, 스탕달의 '적과 흑'은 주인공이 야망과 사랑을 이루기 위해 달려가는 이야기의 전개가 눈에 띤다. 아직 2부를 읽지 않아서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1권만 읽어도 아직 많은 사건의 전개가 남아 있을 거라 짐작된다.

 

 1830년은 역사적으로 어떠한 해였을까. 최근 읽은 '나귀 가죽'과 '적과 흑' 모두 1830년이 배경이다. 나폴레옹의 몰락 이후 왕정복고가 되어 다시 전제적 정치가 펼쳐지다가 부르주아 혁명인 7월 혁명이 일어나 입헌군주제가 시행된 해이다. 보나파르티스트, 공화주의자, 왕당파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자본주의 경제의 맹아가 형성되면서 점점 세를 늘려가는 자본가 계급과 전통 귀족계급의 충돌이 더욱 격화되고 있던 시기였다. 전통적 가치는 힘과 의미를 잃어가고 새로운 가치, 즉 돈이 사람들을 사로잡기 시작하고 있었다. 어지러운 시대는 재능있고 야심있는 젊은이에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좋은 기회로 여겨졌을 것이다.

 

 욕망의 추구가 가져오는 파멸을 내면적, 철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 발자크의 '나귀 가죽'이라면 '적과 흑'은 사랑과 야망의 변주곡을 통해 당대를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아직 남은 2부를 마저 읽고 완결된 리뷰를 쓰겠다.

스탕달, 적과흑, 19세기, 프랑스, 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