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롯 찾아 읽기’란 책을 읽는데 이 책에서 언급되는 문학 작품들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에서 주로 언급되는 작품들을 다 읽기로 하는 큰 결심을 했다. 그 첫째가 바로 19세기 프랑스의 대문호 발자크에게 최초로 소설가로서의 명성을 안겨준 작품 ‘나귀가죽’이다. 홍보문구에는 프로이트가 사망 직전까지 읽었던 책이라고 쓰여있다. 이 소설의 주제와 내용을 보면 과연 프로이트가 곁에 둘 만한 책이다. 인간의 욕망에 대한 깊은 성찰이 이 소설의 주제이기 때문이다. ‘플롯 찾아 읽기’에서도 주로 욕망과 그 욕망의 실현에 따르는 죽음의 딜레마로서 이 소설을 다루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서술방식에 처음에는 읽기가 힘들었지만 참고 견디니까 압도적인 묘사와 서술에 빠질 수 있었다.

 

 ‘나귀가죽’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주인공 ‘라파엘’이 도박에서 마지막 가진 돈을 잃고 자살하려다가 특이한 골동품 가게에서 이상한 노인에게 원하는 것을 이루어주는 ‘나귀가죽’을 얻는다. 그런데 ‘나귀가죽’은 원하는 것을 이루어지는 대신 그만큼 크기가 줄어들게 되는데 완전히 없어지게 되면 소유자 역시 죽게 된다. 라파엘은 첫 소원으로 성대한 파티를 이야기하고 이는 곧 이루어진다. 2부에서는 이 성대한 파티에서 라파엘이 친구 에밀에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길게 말한다. 파티의 말미에 라파엘은 자신이 큰 부자가 되기를 빌고 이는 바로 이루어진다. 동시에 라파엘은 ‘나귀가죽’의 크기가 줄어든 것을 보고 절망한다. 3부에서는 죽지 않기 위해 욕망을 억누르려고 고군분투하는 라파엘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결국 아름다운 사랑하는 여인에의 욕망을 억누르지 못하고 그녀의 품 안에서 죽는다.

 

앞서 말한 책 ‘플롯 찾아 읽기’에서는 이렇게 이 소설을 분석한다. “욕망의 추구는 자아를 파괴하는 불길한 형태로 실현된다. 마법의 가죽을 통해 실현된 욕망은 죽음, 수명의 감소이다. 따라서 실현은 역시 욕망의 죽음을 의미한다. 욕망의 결과인 죽음의 환영을 발견하면서 더 이상 욕망할 수 없게 된다. 부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심연의 욕망을 소유한 이러한 자아의 유일한 보존 방법은 욕망의 포기에 있다. “

 

이 책의 번역자가 쓴 해설에는 “열정적인 삶, 삶다운 삶을 위한 욕망이 존재의 파멸을 불러온다는 의미에서 ‘삶 속의 죽음’이라면 존재의 지속을 위해 욕망하지 않고 사는 것은 존재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죽음 속의 삶’이 된다. 이 딜레마는 “모든 것을 가진 자는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자이다.”라고 할 수도 있겠다.

 

탐욕스러운 욕망의 추구가 가져오는 파멸은 고대 신화에서의 이야기부터 원형을 찾아볼 수 있는 아주 전형적인 이야기이다. 아주 새롭다고 할 수 없는 스토리를 가진 이 소설이 왜 발자크를 19세기 프랑스의 대문호로 치켜세우는 시발점이 되었을까. 단순한 줄거리이지만 이 책의 분량은 500페이지 가까이 된다. 이 소설 안에는 19세기 초반의 프랑스의 생활, 사상, 학문, 풍속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발자크는 나폴레옹이 실각하고 왕정복고의 시기에 삶의 바탕이 뿌리채 흔들리고 있는 당대의 모습을 절묘하게 포착하고 있다. 당대의 현실에 욕망의 딜레마에 관한 주제의식이 찰떡같이 녹아 있다.

 

올해의 남은 시간, 내 독서의 큰 흐름을 인문학과 녹색으로 할 예정이다. 그 시작이 ‘나귀가죽’이 되는 셈인데 시작부터 아주 좋은 소설을 읽게 되어 기분이 좋다. 다음은 스탕달의 ‘적과 흑’인데 이름만 무수히 들어본 소설이다. 작품으로서의 명성은 ‘나귀가죽’보다 훨씬 높은데 독서의 재미는 어떨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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