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이 책의 국내 편집자가 원저자 '로버트 새폴스키'와 커뮤니케이션을 한 내용의 기사를 인터넷 어디선가에서 보아서였다. 편집자가 책에 실을 사진을 달라고 했더니 새폴스키는 노숙자 같은 차림으로 개코원숭이와 찍은 사진을 보냈다고 했는데 그 사진이 진짜로 책에 사용되었다. 그 글에서 원저자가 유머러스하게 글을 잘 쓴다고 하여 마침 나도 한창 스트레스를 받던 참이라 책을 주문하였다. 본문만 600페이지가 넘는 긴 책이지만 50페이지도 읽지 않아서 아마 이 책이 내 올해의 책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왔다.

 책의 내용이 너무 좋아서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정리, 타이핑 하면서 읽어서 오래 걸렸는데 그럴만 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쉽게 읽을 수 있지만 내용에 깊이가 있고 전문적인 연구 결과들도 잘 정리해 보여준다. 귀납적인 생물학과 심신의학의 사이에서 균형도 잘 잡았다. 수많은 동물 실험과 사람 대상의 실험이 소개되어 있어 글의 신뢰성을 높이고 있으며 역사 속에서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는데 몇 가지는 충격적이면서도 내 가슴을 오래 울렸다. 스트레스가 궁금한 모든 이들과 사람의 몸을 돌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스트레스와 성장을 이야기하는 챕터에서 발췌

 13세기의 유명한 내분비학자, 시칠리아의 프레데릭 2세는 당시 그의 궁정에서 어떤 것이 인간의 원초적인 언어인가에 대한 내기가 벌어지자 이런 실험을 고안해 냈다. 여러 명의 영아를 징집하여 각각 독방에서 키우기로 한 것이다. 각각의 아이들에게 최고급의 식사, 이불, 옷 등이 제공되지만 아이들은 누구와도 함께 자거나 놀 수가 없었다. 영아들은 인간의 말을 듣지 못한 채로 자랐다. 결과는? 어떤 아이도 문을 나오지 못했다. 살아남은 아이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프레데릭의 노력은 헛수고로 끝나고 말았다. 아이들은 어른이 놀아주거나 정다운 표정으로 말을 걸어 주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고 동시대의 역사가 살림벤이 기술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많은 지인들을 경악시켰던 유명한 실험이다. 이 내용을 읽고 나는 내 아이와의 스킨쉽을 최대한 늘렸다. 저자는 태아시기, 영유아시기의 스트레스가 평생을 좌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여기에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저자는 사회적 통념과는 다르게 스트레스가 암의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견해를 지지하는 이론이 없다고 한다. 단지 암이 생겼을 경우 스트레스가 암의 진행을 빠르게 할 수는 있다고 한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일반의 상식과는 조금 다른 결론이어서 유심히 읽었다.

 저자는 환원주의적 생물학과 정신이 모든 것을 조절한다는 두 극단을 모두 배격하고 있다. 특히 후자에 대한 공격이 매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