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책을 두번째 읽었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와 마찬가지로 젊은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지만 그러함으로써 지금 내 삶도 돌아보게 만드는 통찰은 더욱 빛이 난다. 전작에서는 그들의 입장에 서보라고 했다면 이제는 더 나아가 동료를 맞이하라고 권유한다. 여기서 동료는 시대의 어둠을 뛰어넘기 위해 같은 뜻을 가지고 함께 싸우는 '동지'가 아니다. 그보다 나의 삶을 응원해주는 친구에 더 가깝다. 이 책의 저자가 학생들에 '사업에 실패한 노숙자 친구가 나에게 자꾸 돈을 빌려달라고 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란 문제를 기말고사로 내었다. 여러가지 답이 나왔을 터인데 여기서 동료란 돈은 입금하지 못하더라도 만나서 밥을 사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를 말한다. 이런 친구가 동료인 것이다. 나에게 '동감'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해주는 친구가 동료인 것이다.

 

 저자의 동료 개념을 생각하다보니 왜 한국에서의 운동권 중에서 왜 자주파(흔히 NL이라고 하는)가 다수파인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나 역시 자주파였고 나름 어쩌다보니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론은 항상 불편했고 이상했다. 게다가 선배들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는 그나마 조금 있던 그 이론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 '사람사업'은 잘했다. 고민있어 보이는 친구, 후배가 보이면 누구라 할 것 없이 술 사주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습보다 이게 100배는 더 중요했다. 저자의 표현대로 하자면 우리들의 관계는 동지를 지향했지만 실상은 동료에 더욱 가까웠다고 할 수 있겠다. 나도, 다른 많은 이들도 변혁과 혁명의 이론은 내 삶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보다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의 '동료'들은 지금도 좋은 친구이자 '동료'로 내 옆에 있다. 자주파의 패권주의는 근절되어야 하겠지만 진보운동에서 '사람사업'은 아주 중요한 문화로서  알맹이는 남아야 할 것이라 본다.

 

 나는 2004~2005년 사이에 휴학을 하고 약 반년가까이 PC방 게임폐인으로 지낸 적이 있다. 당시 내 기록이 48시간이었다. 한 자리에서 안 자고 게임한 시간의 기록이다. 그 때 초딩부터 40대 아저씨까지 많은 게임폐인들과 온, 오프 가리지 않고 만나서 게임했다. 그 덕에 지금도 인터넷 용어에는 익숙하다. 얼마전 나온 진보신당의 유명한 게임용어 버전 논평도 게임을 안한지 3,4년 흘렀음에도  거의 다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저자가 이 책에서 이야기한 그들만의 언어에 대한 내용에 공감할 수 있다. 사람들은 아이들(젊은이들)의 언어를 너무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 간극은 생각보다 크다. 언어를 모른다는 것은 그들의 사고구조와 관심사를 모른다는 것이다. 현재 한의사인 나는 또한 한의학의 언어가 더이상 일부를 제외한 사람들에게 통하지 않는 것을 힘들어하고 있다. 그 답답함을 조금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저자의 이번 책도 다루는 내용에 비해 술술 쉽게 읽힌다. 그리고 그 공감의 감정이 절절하게 묻어나온다. 주로 20대의 대학생들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는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점을 가볍게 지나치지도 않는다. 앞으로 저자와의 개인적 인연이 더욱 깊어지길 소망한다. 우리들도 이야기 더욱 많이 나누면 재미나지 않을까요? ㅋㅋ

 

 참, 그러나 이 책에 대한 나의 지지는 그 인연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누구에게나 좋은 책으로 읽기를 권한다.

 

 

 

 

 

 

엄기호, 파국, 삶, 동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