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식인에서 한의학에 관한 질문에 대한 우수 답변들을 한의사협회가 모아서 낸 책이 출간되어 나왔다. 한의사로서 당연히 일반인들이 한의학에 대해 어떠한 궁금증과 의문을 가지고 있는지, 거기에 다른 한의사들은 어떠한 대답을 하는지 찾아보고자 구입하여 읽었다. 내용이 좋으면 한의원 직원이나 일반인 대상 강좌자료로도 활용할 계획이었다. 다 읽고 난 지금 한의학과 임상한방의료의 한계점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책의 처음은 사상체질에 대한 내용이다. 처음 나온 질문에 대한 어떤 한의사의 답변중 한의원마다 체질을 다르게 판별할 시 그 중에서 치료결과가 가장 내 몸에 맞았던 곳의 진단을 믿고 따르라는 내용이 있었다. 아! 정말 답답하다. 달리 말하면 "가장 용한 한의사를 찾아가세요"라는 말이다. 한의학이 임상의학으로써 사람들에게 자리잡기를 바란다면 어떻게 저런 답변을 버젓이 내놓을 수 있으며, 또 이게 우수한 답변으로 책에까지 실린단 말인가. 그런데 한편으로 내가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답을 할까 생각해보았다. 나도 별 수 없이 이렇게 답하거나 체질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판별될 수 있다고  할 것 같다. 한의학의 장점이 개개인별 맞춤의학이라는 것이지만 그 기준이 이렇게 제각각, 중구난방이어서는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어렵다.

 

 단식이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될까요? 라는 질문에 대한 답 중 "또한 오래전부터 일부 한의원에서 아토피 치료 요법의 하나로써 단식을 처방해 오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았을 때도, 한의학적 근거는 입증된 요법입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근거인가. 답답하다.

 

 스트레스로 이내 두통과 함께 여러가지 증상이 동반된다는 질문에 대해 동반 증상 중 피부가 따끔거려 손도 댈 수 없고, 전기에 감전된 듯한 고통을 느낀다고 했는데 이는 삼차신경통이나 대상포진 등의 질환을 의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에 관련된 내용은 답변에 없다. 한의사이긴 하지만 양방진단과 관련된 내용도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루었으면 한다.

 

 이 책의 질문과 답변들을 보면서 느낀 것, 한의학은 현재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없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역류성 식도염, 과민성 대장 증후군 등 서양의학 용어에 더욱 익숙하고 빨리 이해한다. 옛날의 한의학 개념은 한의사들을 제외하면 거의 이해할 사람이 없다. 한의학 개념을 현대 의학의 개념과 연결하기도 어렵다. 한의사들마다 그 이해가 제각각이다. 그러다보니 이 책에 실려 있는 답변들은 하나같이 내과 소아과 부인과 모두 천편일률적이다. 제한된 언어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의학이 더욱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는데 보탬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학문적 권위가 있어햐 하는데 그 시작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타 학문과 교류할 수 있는 언어가 있어야 한다.

 

 한국의 한의학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많다. 권력의 시녀로 작동하는 의학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학문적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획일적인 신체 통제를 벗어나 내 몸을 모두가 주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동의보감의 언어로는 이것이 능할 것 같지 않다.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공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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