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주 가는 책 관련 사이트 들에서 이 단편소설집에 대해 다들 좋은 평을 하고 있어서 읽어보리라 마음먹고 있다가 이번에 읽었다. 작가가 이야기한 것처럼 문장이 나뭇잎의 잎맥같이 간결하고 압축적이다. 나는 소설들을 읽으면서 문장으로부터 한기마저 느낄 정도였다.

 

 문학작품, 그 중에서도 단편소설은 우리 삶의 한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삶의 진실을 발라내어 드러낸다. 이러한 정의에 가장 잘 맞는 소설집이 이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아주 큰 사건이 아닌 일상 속에서 평범하게 일어나는 만남, 대화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내부에 어떤 균열이 생기고 이 후 다시 일상이 시작되지만 당사자에게 그 일상은 이전의 일상과는 다른 무엇인가가 덧씌워지게 된다.

 

 오래전 사랑했던 여자를 만나 그녀의 살찐 모습을 보고 나 약혼했다고 거짓말하고 나오면서 왈칵 흘리는 눈물은 그녀에 대한 연민 때문일까. 아니면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랜만에 만난 옛 연인에게 거짓말하는 내 자신의 위선에 슬퍼졌기 때문일까. 이렇듯 소설 속의 이야기들과 인물들은 결코 특별하지 않지만 평범함 속에 묻혀져 있던 삶의 이면의 모습이 드러나는 글들은 특별하다.

 

 돌이켜보면 각자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큰 사건이 아닌데도 아주 사소한 계기로 인해 큰 변화나, 생각의 전환이 시작된 그런 때가 말이다. 그것을 되새겨보면 나 자신에 대해 더 깊은 이해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가족이나 지인과 이런 순간들에 대해 대화를 해보면 어떨까.

제임스설터, 어젯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