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주인공, 윤영은 여동생이 돈을 들고 도망가는 바람에 살게된 고시원에서 만난 공무원 시험 준비생과 결혼하여 아이를 낳는다. 남편의 시험 뒷바라지와 육아를 위해 그녀는 백숙집에 일을 나가게 되고 거기서 몸을 팔게 된다. 그러다 아이는 2돌이 되도록 걷지 못하고 다리에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고단한 생활에 지친 그녀는 몸을 파는 것을 그만두고 다른 음식점에서 일한다. 남편은 시험을 포기하고 돈벌러 공장에 나갔다가 사고로 다리를 다치게 되고, 그녀는 아이와 남편의 재활을 위한 돈을 벌기 위해 다시 백숙집에 출근한다.

 

 이 소설에는 제목'환영'이 한자로 '幻影' 인지 '歡迎'인지 드러나지 않았지만 두 가지 모두 가능한 해석이다. 남편의 공무원 시험 합격과 단란한 가정을 이루겠다는 주인공 그녀의 꿈은 '幻影'일테고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사회 밑바닥의 악다구니 같은 삶으로의 반복되는 회귀는 지옥으로의 '歡迎'일테다.

 

 '도가니'를 읽으면서도 들었던 생각이 있다. 사회적 약자, 하층민의 참혹한 삶의 모습을 바라보는 나는 이러한 삶의 나의 삶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하며 자위하고, 이러한 밑바닥 삶으로 전락하지 아니하기 위해 발버둥쳐 운 좋으면 상층으로의 편입도 가능할 것이라 꿈꾸지 않는지 반성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 삶의 덧없는 '幻影'이고 결코 행복해지지 않는 무의미한 삶으로의 '歡迎'이다.

 

  이 소설에서 내가 눈여겨 본 부분은 주인공이 아무리 힘들어도 가족을 저버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주인공의 남편은 그녀의 매음을 알지만 모른척한다. 이들은 아무리 지긋지긋하고 질곡이어도 위악으로 서로를 위안하며 사는 것이 더 낫다고 여기는 것일까.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은 이미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해체되었지만 어쩔 수 없는 동거인은 점점 늘고 있다.반면 사회의 상층은 자신만의 세계를 더욱 공고히 다지기 위해 위선적이긴 하지만 가족의 부르주아적 가치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가족의 형성과 유지가 과연 '幻影'일지 '歡迎'일지 많이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김이설,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