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구의 '관촌수필'은 네이버에 연재되는 지식인의 서재에서 수많은 지식인들이 내 인생의 책으로 추천한 소설이다. 이 소설의 무엇이 그렇게 난다긴다 하는 지식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나 궁금해져 구입하였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충청도의 사투리와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언어적 표현의 조합으로 풀어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지만 문장의 맛이 무엇인지 정수를 보여준다. 맛깔나는 문장과 표현이란 이런 것이구나.

 

 이 연작소설집의 첫 편 '일락서산(日落西山)'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도 내 어릴적 10년을 살았던 대구 교외의 시골마을이 생각났다. 지금은 대구에 편입되어 손꼽히는 아파트단지들이 들어선 곳이 되었지만 내가 국민학교 다닐 때에는 학교 앞 냇가에서 붕어와 메기를 잡으며 멱을 감고 놀던 곳이었다. 내 살던 집 옆집은 양계장이었고 근처 일대는 전부 포도밭이었다. 걸어서 5분내외 거리에 있던 가장 친했던 친구네는 젖소를 길렀다. 그 친구 집을 가다가 양갈래 길이 있는데 한쪽은 당시 장애아동 시설이었다. 거기 아이들은 국민학교 2,3학년 또래들이 가장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항상 일을 하고 있었다. 지금과 같은 인권 개념이 확립되었다고 하기 힘든 시절이라 이런저런 착취를 당했을 것이다.

 

 내가 고향이라고 생각고 있는 그곳은 외로울 고孤 뫼 山을 지명으로 할만큼 과거에는 깡촌마을이었으나 내가 그곳에서 자라던 70년대 후반~80년대 에는 대구 시내와 버스 한번만 타면 연결될 정도는 되었다. 이렇게 내 고향에 대해 기억을 떠올리면 작가의 표현력과 기억력 관찰력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고작해야 내가 기억하는 것은 단편적인 일화들, 머릿속에서만 그려지는 풍경들 정도이지 작가처럼 세밀하게 묘사할 정도의 기억이 없다. 그만큼 당시 내 관심은 집 주변의 농촌 풍경보다는 그 어린 맘에도 도시에 대한 동경이었다.

 

 이 연작소절집을 읽으면 작가의 과거에 대한 향수가 때론 과하다 싶기도 하다. 책 뒤의 해설에도 나왔듯이 모든 사상과 규범에 유교적 질서가 확고히 자리잡아 삶과 인생에 대해 커다른 의문이 필요없기에 오래전 그러한 농촌 풍경이 이루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다시 오지 못할 시절에 대한 그리움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그것이 지향점이 되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사투리의 전면적 활용으로 인한 우리말의 풍성함을 늘려준 것에 대해서는 놀랍고 고마운 소설이었다. 사투리를 이해할 수 없어도 그 문장이 지닌 느낌만은 잘 전달되는 것 같았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표준어만이 살아남아 언어적 변천을 겪는다면 그 언어는 생명이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다양성이야말로 우리 삶의 모든 부분을 풍성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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