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의 인문학, 사회과학,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리스 신화 및 철학 그리고 기독교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기독교도가 아닌 내가 기독교를 이해하기 위하여 서양문명에서 신이 어떻게 녹아들어가 있는지 자세히 파헤쳤을 것 같은 이 책을 구입하여 읽었다. 강의를 하듯이 조곤조곤 설명해 주는 편안한 문체로 인해 어려운 내용이 많았지만 생각보다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친절한 책이었다. 서양철학사를 읽어도 그 흐름이 잘 이해되지 않았고 개념의 의의를 알지 못했는데 '신'이라는 코드를 통해서 해독할 수 없어서였구나 하는 생각을 책을 읽으면서 하게 된다. '존재'와 '존재자'에 대해 설명해 준 책의 앞부분이 특히 도움이 된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서양 문명을 이해하는 코드로서의 기독교 신학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현재 기독교를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론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책의 말미에서 거대담론으로서의 기독 신학을 되살리자고 하면서 기독 신학이 생명력을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논리적이기까지 하다면서 그 근거를 현대 물리학에서 빌어온다. 신학의 개념과 물리학의 개념을 비교하면서 그 유사성에 대해 과한 의미를 부여하는듯 보였다. 저자는 신학과 자연과학은 서로 다른 언어 체계로 말을 하기에 신학의 고유한 영역에서 모순된 것은 플라톤 철학의 개념을 확장시켜 보호하면서 신학적 개념의 유효성은 현대 물리학에서 빌어오고 있다.

 

 내 견해는 이렇다. 물리학이나 신학은 (아니 모든 학문이) 이 세상을 세계를 이해하고 해석하기 위해서 발달한 학문이다. 그러므로 고대로부터 내려온 신학의 개념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가설을 얻을 수 있다. 인간의 상상력과 인식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와 역사에 의해 일정정도 제한된다. 그러므로 물리학에서의 어려운 개념과 신학의 개념이 비슷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과거 신학은 모든 학문의 으뜸으로 다른 학문들이 권위를 빌어왔다. 그런데 근대를 지나면서 모든 학문의 으뜸은 물리학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교양이 문학 역사 철학 이었다면 현대의 교양은 물리학, 뇌과학, IT기술이라고 하는데 설득력이 있다. 인간은 언제나 이 세상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왜 생겼는지, 어떻게 변화발전했는지 궁금해 왔고 현대 물리학은 여기에 답을 하려고 노력중이다. 현대 신학과 철학은 이러한 질문에 답을 주기는 커녕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스티븐 호킹이 작년에 쓴 책에서 물리학이 철학과 신학을 압도하고 있다고 하면서 신이 우주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고 선언했다.

 

 저자는 아브라함이 자신의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고 한 성경의 내용을 예로 들면서 신에 대한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믿음과 이 믿음의 전제가 되는 무한한 자기체념이 기독교적 인간이라고 한다. 의문이 드는 것은 이런 맹목적인 믿음이 잘못된 길(국내 개독 먹사들이 여신도들을 성적으로 착취하고 재산을 갈취하는 예)이 아닌지 신의 목소리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 단지 개독 먹사들이나 잘못된 종교지도자의 탓으로만 돌려야 하나?

 

 저자는 신의 유일성과 삼위일체를 해설하면서 이에 근거하여 배타성이 아닌 포괄성을 기독교 신학에서 이끌어 내고 있으나 이미 거대한 관료적 권력적 조직으로 변질한 교회가 자신을 유지하고 성장시키기 위하여 더욱 배타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처방으로는 약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저자의 견해에 깊이 공감하게 한 구절이 있다.

 "신은 언제나 그 시대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들의 외연이며, 동시에 그것들의 정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신을 바라본다면 종교가 가진 영성과 치유의 힘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나 과연 현존하는 종교들이 이러한 가치들을 깊이 생각하면서 발전하고 있는지 회의적이다.

 이 책을 읽은 목적은 서구인들에게 일종의 집단 무의식, 원형으로 자리잡은 신을 이해하는 것이었는데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수학 물리학 공부를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

하나님, 야훼, 기독교, 교부, 플라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