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처음에 <우리는 어떻게 북소믈리에가 될까>를 봤을 때 설레었다. 왜냐하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와인을 감별하고 타인에게 추천하는 와인소믈리에처럼 좋은 책을 구분하고 다른 사람에게 권하는 새로운 직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새로운 직업에 대한 경험담이 아니었다. 이 책에도 쓰여있듯이 저자는 <책읽는귀족>의 출판사 대표이다. 나는 이 사실을 책의 초반을 읽고 알게 된 후 더이상 읽고 싶지 않았다. 내 안에 잠재된 출판사 대표의 이미지는 본인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을 홍보한다던가,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풀어내고 싶은 원을 푼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읽고 싶은 책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무엇보다 해야할 일도 많다. 그래서 궁금했던 부분만 집약적으로 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러면 안될텐데?"라고 누군가 말하듯이 나의 정곡을 찌른 문구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인스턴트 공화국, 독서도 인스턴트" 장이다. 나는 평소에 주 1~2권에 책을 읽는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에도 불구하고 말을 잘하거나 통찰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다. 오죽하면 동생에게 "언니는 책 많이 읽으면서 왜 그렇게 말해?"라는 말을 들었을까... 나는 이 시점에서 이 책을 그냥 보낼 수 없었다. 나의 문제가 책에 나올만큼 흔하다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과 사례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때부터 마음을 다잡고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한 권을 읽더라고 북소믈리에라면 생각해야 할 지점에 대해 쓰여있다. 또한 단순히 문자를 읽는 것을 넘어서 현상 이면의 숨은 것까지 볼 수 있는 독서 방법에 대해서 소개되어있다. 나의 경우 베스트셀러만을 읽어온 것은 아니지만 책에서 추천하고 있는 여러 책중에 제대로 읽었다고 한 것이 몇 권되지 않은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나마 내가 읽었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동양인 정서에 잘 맞아서 많은 사람에게 읽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분명 내 기억 속 <데미안>은 형체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존재로 인해 책을 읽는 내내 불편했기 때문에 더 의아스러웠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잘난 줄 알았던 내 독서습관과 생각의 많은 부분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 것은 확실하다. 이 책은 이전에 다양한 학교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배움의 기회가 있을 때 느꼈던 비판적으로 생각하기와 근원적인 질문에 대해 묻는 사람을 보며 '역시 다르구나'를 느낄 때와 느낌이 비슷하다. 그 당시 그 사람을 통해 크게 보는 법만을 따라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책을 읽으며 내 것으로 만들어 내기위해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애당초에 올해 계획이 지난 해에 실패했던 무작정 인문학 5권 읽기였는데 지금은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임이 드러났으니 올해의 남은 하반기를 알차게 보내야겠다.

이 책은 기존의 관념을 무너뜨리는 도끼같은 책을 찾아 출판하는 저자의 책 읽는 방법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과 나와 같이 책을 읽어도 좀처럼 내공이 쌓이지 않는듯한 느낌이 드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어른들이 흔히 책을 읽으라고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씀은 심심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책을 읽으면 세상을 읽게 되고, 사람의 마음까지 어느정도 읽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