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러하듯이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책을 고를 때 책 제목과 표지를 보고 책을 고를 것이다. 그리고 이후는 제각기의 방식으로 책을 선택하겠지만 나의 경우는 목차와 추천글을 보고 책을 선택한다. 그런데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은 솔직히 나의 기준에서 끌리는 부분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저 돈 많은 누군가가 써낸 책이거나 돈을 벌기 위해 저명한 사람을 내걸고 만들어진 책인 것 같은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리는 출퇴근 버스길에서도 손에서 놓지 않고 읽었던 <미생>의 작가이기에 조금 눈길이 갔다. 그래서 고리타분할 것 같지만 읽어보았다.

 그런데 책은 내 기대이상으로 흥미로웠다. 이 세상의 만고불변의 진리외에 다른 이야기가 있을까라는 생각과는 달리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었다. 책은 바둑의 단수를 빌려 1단에서 10단까지로 차등을 두어 생각을 나누었다. 각 단별로 1단에는 바둑 입문의 태도나 신념 방법들에 대해 쓰여있고 주로 3단까지는 개인의 인품, 사고에 대해 있다. 그리고 4단부터 6단까지는 평정심과 적에게도 배움을 게을리해서는 안되는 것에 대해 심도있게 소개되어있다. 그리고 7~10단까지는 삶을 살아가며 가져야 하는 습관이나 마음에 대해 쓰여있다. 처음에 무작정 책의 흐름에 따라 읽을 때는 생각이 크게 고단수로 깊어지는 게 느껴지지 않았으나 각 단별로 쪼개어 정리해보니 작가가 왜 이 순서대로 늘여놓았는지 이해되었다.

 '조훈현'을 만나 본 적은 없지만 그의 저서와 세간의 평판을 미루어보아 저돌적인 사람이 분명하다. 그저 바둑계만을 고집하며 외골수처럼 지낸 것이 아니라 진정 바둑을 빌어 세상을 직면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영웅담같은 자서전이 아닌 농도 짙은 현실의 무게를 표현한 것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도 어디선가 치열하게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을 사람에게 이 책을 알리고 전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