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우연>은 어렸을 때 발명반이던 내게 큰 호기심으로 다가왔다. 수학과 과학을 잘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무언가를 발견하고 편리한 것을 만드는 것이 내겐 큰 재미였다. 그래서 한 때는 발명가를 꿈으로 삼고 매일 같이 일상생활 속 불편함을 찾아 생각하고 편리한 방법을 생각하며 노트에 그림과 글을 적었다. 하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학업에 눌려 학교 수업 진도를 따라가기 어려워졌고 자연스럽게 노트는 생활 속에서 사라져갔다.

  지금은 발명가와는 전혀 다른 직업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여전히 내 무의식 속에는 어릴 적 소망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괴상한 꿈을 꾼다. 가령 가제트 형사에서 나올 법한 프로펠러를 지하철같은 곳에서 대여해서 직접 매고 조종해서 날아가거나 화장실을 통해 남몰래 다른 곳으로 공간이동을 하는 것과 같은 꿈. 그리고 그 외에 전혀 형체를 설명할 수 없는 괴이한 액체 벌레들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 책은 평범한 내 삶의 자극을 불러 일으켰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포스트잇, 보톡스,  전자레인지와 같은 제품이나 기술이 아주 작은 실수나 일상상 속 불편함으로부터 나온 엉터리같은 작은 시도로 만들어진 과정을 풀어놓은 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을 비롯해 나 역시  학교라는 교육시스템을 통해 증기기관차, 전화, 전구 등의 발명품과 익히 알려진 과학자들을 배웠다. 하지만 이 책에는 다소 평범한 사람이 사소한 사건을 포착하여 발전한 경우에 해당하는 발명품들이 소개되어있다. 또한 발명품에 설명과 더불어 발견하기까지의 이야기가 있어서 한 편의 동화를 읽는 듯 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유익한 부분이어서 지식이 쌓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문과출신인 내가 읽기에는 공학과 연계되어있는 내용을 진득하게 읽기 어려웠다. 그래서 여러날에 걸쳐서 조금씩 읽었다. 좋아하는 뷴야의 책만 읽다가 때때로 다른 영역의 책을 읽는 것은 새로운 자극이되는 것 같다. 음식을 편식하면 건강에 좋지 않은 것처럼 책 또한 때때로 균형을 잡기 위한 시도를 해야한다. 하지만 이번에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에너지 소모가 커서 좋아하는 책으로 에너지를 채워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