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스럽게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하는 듀이의 표지 사진을 보고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듀이? 왠지 모르게 제목이 맘에 들었다. 고양이를 키운적은 없지만, 나에게도 듀이같은 존재가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동생과 세뱃돈을 모아 입양하게 된 강아지, 방울이. 듀이처럼 태어난지 얼마 안된 새끼 강아지였다. 눈도 제대로 못뜬 상태로, 걷지도 못하면서 엉기적 엉기적 나에게로 다가왔던 그 날이 우리 가족과의 첫 만남이었다. 말없이 내 얘기를 들어주고, 우리 가족을 누구보다 따랐던 아이, 뒷 산을 오를 때도 뒤쳐지는 나를 뒤로 하고 먼저 올라가서는 뒤돌아서 내가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주기도 했던, 마치 비키와 듀이가 말하지 않아도 통했던 그 감정의 소통을 나 역시 방울이와 함께 했다. 그리고 2010년 11월, 14년의 생을 마감하고 세상을 떠났다. 타지에 있었기에, 방울이의 마지막을 함께 하진 못했지만, 그 소식을 듣고 몇날 몇일을 울었던 기억이 난다. 죽기 1년 전까지만 해도 누구보다 팔팔했고, 이대로라면 20년은 거뜬하겠다 장담했지만, 갑자기 시력을 잃고 나서부터 그렇게 활동적인 아이가 움직임도 둔해지고 세상만사를 다 포기한 듯 6개월을 힘겹게 보냈다. 집에 들릴 때마다 보이지 않은 눈으로 벽을 타고 걸어왔고 산책을 나갈 때마다 언제나 나보다 앞서 걸었던 방울이는 이젠 깜깜한 세상 속에 한 걸음도 나가기를 주저했다. 이 모든 기억들이 얽히고 설켜 나도 모르게 듀이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비키의 맘이 어떨런지, 19년을 함께 했던 그 힘든 시절을 서로 위로받던 그들의 맘을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만약 비키와 그녀의 가족들, 그리고 스펜서 지역의 힘들었던 상황과 맞물리지 않았다면 그만큼 큰 공감을 이끌어 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 당시, 애완견을 기르는 가정이 많았겠지만, 그 작고 외진 도서관에서 누구에게나 친절했던 고양이는 흔치않았음이 분명하다. 1980년대 농가 위기를 겪던 미국 중서부를 배경으로, 그 중심부에 위치한 아이오와 주의 스펜서라는 마을에 한 마리 고양이가 버려진다. 도서 수납함에 버려진 새끼 고양이는 저녁내내 매서운 추위에 싸우면서 생명을 부지했다. 발은 동상에 걸려 하얗게 벗겨졌고, 꽉꽉 들어찬 책들 사이로 자신의 생사를 희미하게 알렸다. 1988년 1월 18일, 비키와 스펜서 도서관과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듀이는 남녀 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존재였다. 도서관에 오는 모든 사람들이 듀이를 사랑했고, 듀이 역시 그들의 사랑에 보답할 줄 알았다. 그리고 듀이가 점차 매체를 타게 되면서 어느새 미국 전역, 그리고 먼 나라에서도 이야기 거리가 되었다. 비키와 도서관 직원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보살핌도 있었지만, 어쩜 도서관에서 19년을 산 듀이는 다른 고양이와는 다른 특별한 매력이 있었던 것 같다. 누구나 자신의 애완견이 특별하다고 할 진 몰라도, 듀이는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의 감정을 살필 줄 알았고, 또 위로할 줄 알았으며, 식성이나 습성 등 까탈스런 그의 모습도 비키와 도서관 직원들에겐 한없이 사랑스럽게만 보였다. 스펜서 지역의 농가 몰락, 그리고 대공황을 배경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고양이 듀이는 마을 사람들 뿐만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의 맘을 '회합'시켰다. 듀이를 통해 슬픔을 잊고, 위로를 받았고, 사랑을 배웠다. 알코올 중독 남편, 그리고 딸 조디와의 불화, 치명적인 병환과 가족들의 죽음에도 비키는 말없는 동물에게 위로받았다. 스펜서의 모든 이들도 이 말없는 치료의 수혜자였다. 물론, 듀이가 늙고 병들어 암으로 인해 고통받았을 때, 그 즉시 안락사를 시키는 것에 대해 매정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쩜 이는 문화의 차이일지도 혹은 고통을 줄여주고자 하는 비키의 배려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고 스펜서 도서관 사이트를 방문했다. 듀이만의 메뉴가 따로 있었고, 그 속엔 듀이의 사진과 이야기들이 개재되어 있었다. 그 만큼 듀이는 여전히 전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존재였다. 책에서 봤던 듀이의 행동 하나하나를 사진에서 확인하고 나니,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사실 초반에 이 흔하고 흔한 고양이 한마리를 누구보다 특별하다 추켜세우는 비키가 별나다 생각도 들었지만, 비키의 생에서 그리고 듀이로 인해 위로받았던 사람들에게 비키는 어느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고양이었단 생각에 그녀를 이해하게 됐다. 듀이를 다신 볼 수 없지만, 지금 내 옆에서 골골대며 자고 있는 내 애완견 비비에게 서로의 듀이가 되어 주고자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