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의 책은 처음이다.

그렇지만 이외수는 다른 작가들보다야 많이 알려진 사람으로 그의 책을 한권도 읽어보지 않았어도 그의 이름의 존재감은 제법 뚜렷하다.

나역시 그랬던것 같다.

얼마전 예능프로그램에 나와서 격의 없는 단어 선택과 유머로 즐겁게 티비를 봤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뒤늦게 이외수의 최근 베스트셀러, 하악하악 이 책을 읽게 되었다.

250페이지 정도의 길지 않은 분량이었다.

게다가 삽화가 절반이니 더욱더 짧은 분량이었다.

에피소드나 어떤 현상에 대한 그의 생각, 짧은 이야기들의 모음의 형식이었다.

내가 너무나 많은 기대를 하고 이 책을 잡은 탓일테지만 어딘가에서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들에 처음의 부풀었던 마음이 자꾸만 줄어들고 있었던건 사실이다.

게다가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을때 그에게 플러스 요소가 되던 젊은이들의 인터넷 용어들을 자신의 책에서까지 쓰고 있는 모습은 사실 나에게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런점이 사람에 따라 플러스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을진데, 나의 경우는 단번에 마이너스 요소였다.

<캐안습>이라든지 <즐>이라든지 <킹왕짱>이라든지 <아놔>라든지 하는 단어들이 자주 발견되는 것은 그가 하려던 이야기의 본질까지도 조금은 낮추어버리는 작용이 되었다.

그리고 그가 몇번이고 말하고 있던 악플에 대한 생각들에 분명 공감하는 바이지만, 몇번이고 되풀이되다보니 조금은 오바하는 구석이 없지는 않나 생각하게도 했다.

개인마다 좋아하는 작가와 싫어하는 작가가 있게 마련이다.

분명 이외수의  책이 별로다 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싸잡아서. 그가 하고 있는 말은 그야말로 한쪽에 치우친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단 말이다.

자기와 의견이 다르다고해서 틀린 사람이라고 취급하는 멍청한 행위를 비판하고 있었음에도 자신도 거기서 자유로울수는 없었나보다.

씁쓸한 마음으로 그의 책을 접해서 안타깝다.

아마도 첫인상이란 것은 사람에게 굉장히 강한 것이라 그것또한 안타깝다.

 

"세상에는 제 작품들을 문학계의 '슈레기'로 취급하는 부류들도 더러는 존재하지 말입니다. 그분들은 대개 밤송이를 던져주면 그 속에 알밤이라는 과실이 들어 있는 줄도 모르고 겉에 있는 밤송이만 씹어먹고 나머지는 내던져버린 다음 자신이 알밤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말씀하시지 말입니다. 그때마다 저는 무인도에 유배된 기분으로 한 음절의 단어를 나지막이 내뱉고 싶지 말입니다. 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