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듣게 되면 보통 그 음과 선율에 좋고 나쁨을 판단하게 되는데,

가끔은 아주 가끔은 음과 선율보다도 노래의 가사에 마음을 빼앗겨 노래를 듣는 경우가 있다.

 

한편의 詩와 같은 가사도 있고, 작사가나 가수의 추억이나 사랑을 이야기하듯이 담담하게 적어 놓은 것 같은 가사들도 있다.

 

버스 안에서나 휴대폰의 음악방송에서 나오는 제목모를 노래의 가사를 듣다 보면 옛날 일이 아련하게 떠오르기도 한다.

 

이 책은 그렇게 우리의 기억을 되살려주는, 혹은 지나간 추억들을 머리에 떠오르게 하는 노래들과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책이다.

 

소란의 <리코타 치즈 샐러드>를 시작으로 재주소년의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봄이 오는 동안>. 에픽하이의 <Coffee>, 불독맨션의 <침대>, 장재인의 <Rainy Day> 등 총15곡의 노래와 가사, 그리고 그 가사에 어울리는 옛날 추억과도 같은 이야기들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다.

 

더불어 예쁜 인형과도 같은 그림들이 각 노래 이야기의 서두를 먼저 알려주고 있는 것도 재미를 더해 준다.

 

15개의 노래와 이야기 중에서 2개씩 묶여 소설의 전편과 후편과 같은 느낌을 주는 곡들이 있는데, 그 노래들 중 1개의 세트는 재주소년의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와 <봄이 오는 동안>이고, 다른 세트는 Benjamin Francis Leftwich의 <Atlas Hands>와 뜨거운 감자의 <팔베개> 이다.

 

두 세트 모두 사랑했던 연인들의 이야기이다.

 

재주소년의 노래들로 구성된 세트는 사랑했지만 남자의 군대와 여자의 워킹홀리데이로 인해 멀어졌던 과거의 연인이 학교의 댄스스포츠 강의로 우연히 만났지만, 서로 마음을 밝히지 못하고 다시 그렇게 보내는 과정을 여자 측면과 남자 측면으로 나누어 이야기 해주는 젊은 날 한번쯤 겪을 수도 있었던 사랑이야기이다.

 

Benjamin Francis Leftwich와 뜨거운 감자 노래로 된 세트는 어릴 적 동네 친구들이었던 2명의 남자와 2명의 여자가 한 남자친구의 유학을 계기로 이별여행을 가게 되고, 그 여행에서 마음으로만 오랫동안 그렸던 서로가 한 쌍의 연인으로 탄생하게 되는 전편과

유학에서 돌아와 결혼 날짜까지 잡은 전편의 연인 중 여자가 교통사고로 죽어 나머지 친구들이 여자의 유골을 들고 다시 이별여행을 오는 이야기가 후편을 구성하고 있다.

안타까운 사랑과 이별이야기이다.

 

이 책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유튜브를 뒤져 여기 나오는 노래들을 듣게 된다.

그리고, 책의 내용과 가사를 비교해보며 가사 속에 이런 아름다움과 추억과 사랑이 있었다는 것을 비로소 다시 느끼게 된다.

 

음악은 우리에게 많은 감동과 희망과 추억의 애뜻함을 남겨주곤 하는데, 음율뿐 아니라 노래의 가사에서도 똑같이 수많은 느낌을 만들어 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무심코 흘려듣는 수 많은 노래들을 이제는 가사 한 줄 한 줄 느끼며 들을 것 같다.

 

아름다움과 추억이 있는 노래들 속에서 이 책의 이야기와 같은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겠지!!

노래, 가사, 장재인, 재주소년, 에픽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