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 녹색 표지에 까맣고 딱딱한 글씨체로 써 있는 제목을 두어 번 눈으로 읽었다. 코끝이 시큰거리고 눈밑이 화끈거렸다. 보이지 않는 손이 머리를 쓰다듬고, 어깨를 토닥이며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괜찮아, 나는 널 항상 응원하고 있어. 그 목소리는 언젠가 들은 적이 있지만 정확하게 언제라고 딱 집어내기 힘든,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들었던 응원들의 합창이었다. 공지영의 산문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과의 첫만남은 그렇게 조금은 가슴이 먹먹해진 채로 이루어졌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는 이미 어른인 작가가 이제 막 어른의 문턱에 발을 들인 딸에게 보내는 편지들을 묶은 책이다. 삶을 다 겪었다고 할 수는 없어도 노련하게 삶을 겪을 줄 아는 어른의 시선에서 겨우 어른이라는 첫걸음을 내딘 딸은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아서 불안에 휩싸여 밤에는 일찍 다녀야 한다는 둥, 여자다워야 한다는 둥 지루한 잔소리를 늘어놓고 싶을 텐데 작가는 그러는 대신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인생의 일부분을 수업료로 내고 얻은 진정한 앎을 편지에 소중하게 심어놓았다. 온몸으로 겪은 시간들을 비료 삼아 담담히 털어놓은 편지를 읽고 있자니 지금의 나처럼 수없이 부딪치고 깨지면서 많이 울고 많이 아팠을 작가를 그릴 수 있었다. 작가가 책에 담아 보내는 응원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는 완벽하려고 노력하기 보다 열심히 살려고 하는 의지를 가진 진짜 어른이 보내는 삶의 냄새 묻어나는 응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앎이 세상에 대해 호기심도 많고 그와 비례하여 불안과 걱정이 많아 휘청거리기 일쑤인 나에게는 빛과 같은 한 줄기의 응원으로 다가왔다는 걸 위녕의 엄마이며 이 책을 쓴 작가는 알고 있을까. 어쩌면 나 뿐만이 아니라 이 책을 읽는 세상의 모든 위녕들에게 소리 없는 벅찬 응원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너를 항상 응원하고 있어, 너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사람이란다, 어떤 경우에도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마라, 한결같이 온화하고 씩씩하고 당차게 외치는 목소리들을 모두 모으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가장 크고 가장 위대하며 눈물이 스민 문장이 된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종이에 밴 향기가 보이지 않아도 존재감이 확실한 것처럼 글마다 스며든 사랑의 메세지를 발견할 때마다 보이지 않는 뜨뜻한 물이 가슴을 타고 졸졸 흘러가는 것을  여러 번 느꼈다. 박수 소리는 고사하고 등 두드리는 격려조차 받기 어려운 세상에서 나를 위해 끊임없이 목청 터지게 응원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 그것만큼 눈물나게 행복한 일이 또 있으랴. 비록 따뜻한 온기를 지닌 사람에게서가 아니라 한 권의 두툼한 책을 통해 전해 받을지언정 그러한 응원과 격려를 한 번도 받아본 사람은 안다. 응원과 격려를 받기 전과 받은 후의 세상이 얼마나 달라져 있는지를.

이 시간의 주인이 되어라. 네가 자신에게 선의와 긍지를 가지고 있다면 궁극적으로 너를 아프게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네 성적이 어떻든 네 성격이 어떻든, 네 체중이 어떻든 너는 이 시간의 주인이고 우주에서 가장 귀한 사람이라는 생명이다.

 

- '네 자신에게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네 자신 뿐이다' 중에서

  상처를 받고 우울해지거나, 나 자신에게 실망하여 의기소침해지거나, 내 편은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손끝이 시려올 때면 자연스레 이 책을 집어든다. 추운 겨울 꽁꽁 언 손을 비비며 집에 도착해서 보일러가 빵빵하게 돌아가는 방의 아랫목을 찾는 것처럼 말이다. 책을 펼치면 여지없이 응원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나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신발끈을 꼭 묶는다. 너는 이 세상을 포함한 모든 우주를 통털어 가장 귀한 생명이야.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하고 있단다. 라는 응원을 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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