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늘. 옳습니다.

- <홀가분> '당신이 늘 옳다' 중에서

  같은 공간 안에 있던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말이었겠지만 마치 내 마음을 다 알고 이해해주는, 나만을 위한 위로 같아서  듣자마자 눈물이 핑 돌았었다. 나조차 스스로에게 한 번도 준 적이 없던 무조건적인 믿음이었다. 춥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면서 까맣게 잊고 살았던, 무관심과 불신을 힘겹게 버텨내던 또 다른 내게 간절한 기다림의 끝에 마침내 닿은 위로 한 마디는 천둥처럼 크게 울려 퍼졌더랬다. 그리고 나를 돌아보게 하는 작은 계기를 만들었으며 희망을 가지고 천천히 다가가도록 도와주는 징검다리가 되었다.

  매주 수요일이 되면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 김제동씨의 토크 콘서트 때 받았던 작고 따뜻한 위로와 비슷한, 훈훈하고 정감 어린 그림과 공들여 쓴 글이 어우러져 가슴을 적시는 그림 에세이가 수요일의 선물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열어보면 영락없이 곱게 동봉되어 있는 변함없는 격려와 응원의 조그만 다독거림이란 얼마나 따스한지. 일주일의 분수령인 수요일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메일을 읽는 짧은 시간만이라도 내가 나를 소중히 보듬는 작은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건 전부 그림 에세이 덕분이었다.
  비 오는 수요일에 빨간 장미를, 이란 말이 있듯이 내겐 그림 에세이가 나 자신에게 주는 빨간 장미였던 것이다. 그 장미 한 송이 한 송이를 모아 만든 빨간 장미 한 다발을 선물 받았을 때의 기쁨은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장미 꽃다발의 이름은 <홀가분>이고 꽃다발을 받을 사람은 나와 또 다른 나, 이렇게 하나이면서 둘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는 동안 종종 찾아왔던 춥고 외로운 시간들은 어쩌면 내가 나의 마음속을 무시했기 때문에 생겨난 정해진 수순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 존재를 못 알아보고 밖에서 찾으려 했으니 쉽게 나타날 리 없는 지원군을 기다리다 지쳤을 테고, 힘에 부쳐 주저앉아 버렸을 거다. 그래놓고 아무도 나를 봐주지 않는다고 징징거렸으니 또 다른 내가 속상하고 억울한 마음에 발을 얼마나 동동 굴렀을까.
나를 불편하고 힘들게 만든 건 다름 아닌 또 다른 나를 인정하지 않고 마주보지 않은 나의 무관심이었음을 조금 일찍 알아차렸더라면 춥고 외롭지 않았을 텐데.

  나를 돌아보고 소중하게 보듬을 수 있게 도와주는 처방전이 차분하게 정리되어 있는 이 책은 어느 페이지를 펴더라도 남에게 맞추느라 누더기가 된 마음을 깁는 손길을 느낄 수 있고 헝클어진 마음의 갈기를 아프지 않게 정돈해주는 빗질을 느낄 수 있다. 이제는 실수를 해도 필요 이상으로 삽질을 하거나 자책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비하하지 않는다. 대신 괜찮다고, 할 수 있는 걸 찾아보자고 위로한다. 또 다른 나를 보며 웃기도 하고 잘 했다는 칭찬도 잊지 않고 가끔 선물도 한다. 항상 믿는다고 말해준다. 그렇게 또 다른 나에게 소소하게 말을 걸다 보면 나 자신이 행복해서 웃음이 나고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기쁨을 알 수 있다. 이게 바로 <홀가분>이 내린 처방전의 마지막이다. 손길과 빗질을 스스로 하게 함으로서 나와 또 다른 나의 거리를 조금씩 좁히는 것. 능동적인 자기 돌봄은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져다주고 뿌듯함과 홀가분함을 선사한다. 또 다른 나에게 말을 걸어보지 않았다면 말을 하지 마세요-.

  책장을 덮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먼저 만나야 할 사람은 나’라는 작가의 말이 절절하게 와 닿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앞으로는 함께 하자고 먼저 손 내밀어 잡고 싶은 사람이 생겨서다. 그 사람에게 낯간지럽지만 솔직한 고백을 해야겠다.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계속-.

“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사람이야! 그리고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