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의 사진은 자연이 만든 작품들이에요. 인간이 만든 문명이 아무리 위대하다고 하여도 자연의 예술적인 감각만은 도무지 쫓아갈 수가 없어요. 첫번째 사진은 '페데르날레스 인근을 날고 있는 주홍따오기떼(아마쿠로 삼각주 인근, 베네수엘라)'이고 두 번째 사진은 입장할 때 봤던 '보의 하트 무늬(누벨칼레도니, 프랑스)', 세 번째는 '누악쇼트 인근의 단봉낙타 대상(누악쇼트 인근, 모리타나)'.

 

  참 멋지죠? 특히 사막 사진은 보자마자 어린 왕자와 주인공이 처음 만난 사막이 떠올랐어요. 끝도 없이 광활하고 고운 모래가 바람과 함께 움직이는 곳 말이에요. 그래서 넋을 놓고 감상했는데 과도한 가축 방목이나 화목 채취가 사막화를 가속시킨다는 설명에 눈물을 머금고 현실로 돌아왔어요. 세계 최대의 사막인 사하라가 미국과 면적이 같다는 충격적인 사실!! 자연이 만든 작품에 인공미를 불어넣다간 황폐해지는 자연과 자멸하는 인간만이 남는다는 걸 배웠어요. 아, 하트 무늬 땅은 습지인데 푸른 부분은 식물이 자라는 거고, 가운데의 황토색은 맨땅이랍니다. 절대, 인간의 손길이 손톱만큼도 끼어들지 않은, 천연 작품이라는 거. 이 사진 속 하트가 자연이 인간에게 전하는 메시지라 믿고 싶은 건 욕심일까요?

  제2전시실은 작가가 매혹적이라 칭찬하는 한국의 풍경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한국전쟁 이후 복원된 한국의 여러 모습들은 휴전선부터 마라도까지 다양했지만 제1전시실에서 본 사진보다 감동이 적어서 아쉬웠어요. 아무래도 제1전시실에서 너무 힘을 뺐나 봐요. 스무 점 정도의 사진 속에서 가장 멋있었던 사진은 슬로 시티로 지정된 청산도였어요. 형형색색 지붕들이 미로처럼 얼기설기 얽힌 청산도는 그 자체로 풍요로워 보였고 한가로운 시골의 체취가 났답니다. 한 번쯤 가보고 싶은 슬로 시티의 사진이라 더 눈에 띈 걸 지도?ㅎㅎ 제2전시실에 입장하자마자 지금은 사라진 숭례문의 모습을 찍은 사진도 볼 수 있었는데 반가우면서도 어쩐지 미안해서 오래 머물지는 않았어요. 한 때 있었던 존재의 흔적을 다시 보는 건 반갑지만 다시 세워진다 해도 서울에 올 때마다 버스 창문을 통해 보았던 그 때의 숭례문은 돌아오지 않으니 안타까울 따름이에요.

  제2전시실을 나와 복도를 걷다 보면 벽에 동물과 사람이 같이 찍은 사진들이 붙어 있어요. 바로 제3전시실의 작품들의 미니미 버전입니다. 제3전시실은 흔히 가축이라 부르는 말, 돼지, 소, 양들을 가족으로서 대하는 이들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처음에는 온갖 종류의 말과 주인이 찍은 사진, 다음에는 종류별로 소개된 소와 돼지들과 주인이 찍은 사진, 뒤에는 여러 종류의 동물과 사람이 찍은 사진이 차례대로 구경할 수 있었는데 뒤로 갈수록 가족적인 분위기가 났어요. 정겹고 친근한 분위기 말이에요.

  전시실의 거의 끝부분에 있던 사진으로 기억하는데 양과 중년 아저씨가 나란히 엎드려 찍은 사진이에요. 어두운 배경임에도 전체적으로 정겹고 포근한 공기의 질감이 묻어나서 한참 동안 들여다봤어요. 난여사랑 비슷하게 생긴 양 때문에 눈길이 갔는데 옆에 엎드려 양을 응시하는 주인의 따뜻한 눈빛이 너무 부드러워서 눈물이 났어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니고 있을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고나 할까요. 정작 주인공인 양은 박제처럼 무표정한데 주인은 사랑스러워서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이라니. 갑자기 집에 있는 난여사가 무진장 보고 싶어져서 혼났어요.

  제4전시실은 체력 저하로 관람 포기했으므로 패스!
  땅 위의 관점에서만 보던 자연을 하늘 위에서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게 참신하고 신선했어요. 하늘에 신이 있다면 그가 매일 보는 지구는 사진 속 풍경들과 똑같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고로 사진전에서 본 사진들은 신의 눈을 통해 제가 본 지구가 되는 셈인 거죠. 지구를 내려다보며 신은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볼지 살짝 궁금해졌어요. 그리고 우리가 사는 지구가 이토록 아름답고, 그래서 더욱 지켜야 한다는 걸 배운 유익한 시간이기도 했어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백 번 듣느니 한 번쯤 보면서 우리가 사는 집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는 것도 참 좋을 듯!

하늘에서본지구, 사진전, 환경, 서울시립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