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새벽의 하늘 같은 투명한 파란 눈에 은하수 무늬의 회색 털을 가진 이 고양이는 은하수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이 인기가 많은 고양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도도하게 인간 세상을 여행 중이다. 조그만 네 발로 타박타박 걷는 고양이의 눈에 비친 인간 세상이 궁금하다면 <은하수의 히치하이킹>을 살짝 펼쳐 보자. 그러면 은하수가 시공간을 초월하여 만난 인간 세상의 달고 짜고 쓴 이야기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은하수의 히치하이킹>에는 은하수가 만난 일곱 개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각각의 이야기 속에서 은하수는 본의 아니게 풋풋하고 순수한 사랑을 확인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하고, 삭막하고 냉정한 인간 세상에 숨어 있는 귀여운 온정을 찾아내기도 한다. 또한 고양이의 감수성까지 뒤흔들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기도 한다. 고양이 맞아? 라고 묻고 싶을 만큼 은하수는 그녀가 만난 인간들과 별반 다른 점이 없을 뿐더러 어찌 보면 인간들보다 더 인간 같은 존재였다.

 

 

나를 스쳐간 수많은 인간을 다 기억하지는 못한다냥.
나를 안아주려고 내밀었던 손들이 따뜻했다는 것만 기억한다냥.
더 많이 기억하고 싶은데 고양이의 머리는 너무 작다냥.

- Episode 2. 사막의 여행자

  지구에서 만난 다른 별의 여행자인 어린왕자에게 살짝 털어놓는 은하수의 속마음은 콧대 높고 앙칼진 겉모습과 달리 인간적이었다. 많은 사람을 거쳐왔으나 다 기억하지 못하고 단지 그들이 내밀었던 손의 따뜻함만 기억나서 안타까워하는 모습이란. 고양이보다 머리가 커서 기억 공간도 많은 나는 은하수만큼 내게 내밀어졌던 손들을 기억하려고 노력했었던가. 이런 저런 핑계를 대서 잊으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는지. 은하수가 여행하는 세상은 밤하늘에 무수히 떠 있는 별만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지만 밤하늘처럼 마냥 아름답지는 않았다. 그런 세상 속에서도 은하수는 별처럼 반짝이는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낸다. 은하수가 찾아낸 아름다운 것들은 밤하늘 같은 도시에서 저마다의 빛으로 반짝이고 있을 것만 같았다. 은하수가 찾아낸 아름다운 것들은 어쩌면 우리가 숨겨놓은 우리의 진짜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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