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있으면 기분 좋아지는 것들이 있다. 눈부시게 파랗고 깨끗한 하늘, 방긋방긋 잘도 웃는 조카의 해맑은 얼굴, 베란다에 앉으면 눈앞에 훤히 펼쳐지는 우리 동네 풍경, 지친 퇴근길에 들른 카페에서 마주하는 커피 한 잔, 좁은 책꽂이를 틈 없이 가득 채운 책들, 옆으로 드러누운 난여사의 까만 조약돌처럼 생긴 동글동글한 발바닥, 정리한 통장에 찍힌 월급...
  흔하디 흔한 일상의 조각들이라서, 똑같은 자리에 심어져 있는 풍경이라서 남들에겐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함일지 몰라도 내 시선이 닿을 때마다 반짝반짝 빛을 내어 인사를 하는 그것들을 나는 '나만의 소중 리스트'라 부른다. 하루를 함께 시작하고 마무리하고, 가끔 지친 마음을 토닥이기도 하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주는 고마운 소중 리스트는 내가 여기 있음을 증명하는 증거이다. 더불어 지금 잘 살아가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보내는 안부 편지이기도 하다.

  기분이 팍 좋아지는 제목과 시원스레 펼쳐진 푸른 하늘이 눈길을 사로잡는 <보고 있으면 기분 좋아져라>는 작가가 카메라라는 또다른 눈으로 찾아낸 주변의 '기분 좋아지는 소중 리스트'를 볼 수 있는 일종의 사진첩 같은 책이다. 꽃 한 송이, 푸른 하늘, 빈 박스, 다른 사람들의 사진, 시원한 바다 등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상에 작가는 그림과 글을 곁들여 희망의 메세지로 만들었다. 거창하거나 대단한 그림과 글은 아니다. 단지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약간의 상상을 더하면, 보는 관점을 전환하면 밋밋한 도화지 같던 세상이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것들로 넘쳐나는 '기분 좋은 공간'이 된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다. 소중 리스트가 희망 박스로 발전한 거라고나 할까.

 

 

  글보다 사진이 많은 이 책은 읽는 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을 만큼 술술 넘어간다. 그런데도 손에서 놓기가 싫어서 자꾸 뒤적이게 되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 거기부터 읽기도 했다. 아무데나 읽어도 입가에 미소가 드리워지고 기분이 좋아지니 그거면 충분하지 않은가. 책 초반에 쪼로록 나오는 여러 얼굴의 푸른 하늘은 그야말로 천국을 찍은 사진처럼 보였다. 보기만 해도 흐뭇한 웃음이 절로 나는 물빛은 이 책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페이지마다 꽉꽉 들어찬 꿈과 희망의 메시지 덕분에 내가 잊고 있었던 것들, 지나쳐 버렸던 것들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고 걱정과 불안에 동동 구르던 발이 얌전해졌다. 걱정과 불안이 수그러든 마음 속에 대신 기분 좋은 순간들, 나의 소중 리스트를 채워넣었다. 그것들로 인해 나는 몽글몽글한 불빛들의 간지러운 따스함을 아는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기분 나빠서 우울해하는 시간보다 기분 좋아서 콧노래 부르는 시간이 더 많아지도록 이 책을 언제든 손 닿는 곳에 두고 종종 펼칠 생각이다. 일상에 숨겨져 있는 기분 좋아지는 것들을 많이 많이 찾아서 오래도록 간직했다가 우울할 때의 처방전으로 쓰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좋은 기분이 반짝거리는 일상을 만들자. 아자!

 

 

 

리뷰, 보고있으면기분좋아져라, 페리테일,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