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엄숙주의에 반기를 든 소설 한 편이 서점가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바로 한국형 칙릿소설을 표방하는 <압구정 다이어리>. 젊은이들 사이에서 열풍을 일으켰던 <섹스 앤 더 시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등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칙릿소설은, 전문성있는 커리어우먼이 주인공으로 등장, 그녀들의 사회적 성공에 초점을 맞춘다.

중요한 것은 소설적 소재로 화려한 도시문화 특히 특정계층이 누리는 귀족문화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는 점. 요즘 젊은 여성들의 감성코드는 ‘칙릿’이라는 이야기도 자주 나온다. 그래서 세 명의 여주인공과 압구정동, 청담동의 문화를 결합하여 한국형 칙릿소설을 만들어낸 작가 정수현 씨를 직접 만나보았다.

1. 아직 모르는 독자들이 많은데요. 간단히 본인 소개부터.

81년생이고 문예창작과 출신이에요. 그래서 사실은 순수문학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 분이 저에게는 대중문학이 더 어울릴거라고 조언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그때 공모전 통해서 2천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논스톱5> 방송작가로 데뷔를 했어요. 그 후에는 주로 <전파견문록> <연기대상> 등 주로 버라이어티 쪽에서 일 했구요. 얼마 전에는 인기방송작가 김태희 씨와 함께 <쇼를 하라>라는 책을 내기도 했었어요.

2. <압구정 다이어리>를 쓰게 된 계기 같은 것이 있었나요?

어느 날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데 압구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칙릿으로 표현해보면 어떨까하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리고 그 다음날 정말 실천으로 옮겼죠. 여러 출판사에 기획안을 보낸거죠. ‘나 이러이러한 사람인데, 기획안 안보면 후회할거다’라는 내용의 반협박성의 내용을 담아서요. 근데 신기하게도 많은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정말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거죠.

3. 칙릿소설을 표방하셨는데, 너무 소재에 집중되어서 주인공이 약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일단 시작할 때부터 주인공에 대한 비중을 30% 정도로 잡았어요. 나머지는 우리나라의 맨해튼과 베벌리힐스 같은 거리인 압구정에서 일어나는 재미있는 가십거리들로 채우려고 했어요. 주인공이 조금 눈에 도드라지진 않긴 하죠. 정확하게는, 칙릿이지만 더 비중을 둔 건 압구정동이나 청담동 거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 그러니까 배경에 더 집중을 한 거죠.

4. 작품은 세 명의 여자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죠? 직접 소개해 주시겠어요?

먼저 지현은 관찰자적 시점을 가진 순수한 인물이에요. 자신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약간 낭만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죠. 지안은 자신을 과시하는 것을 좋아하는 개성이 무척 강한 친구구요. 유라는 도도한 세침데기에요. 좋은 남자와의 결혼을 목표로 하는 질투 많은 얌체 같은 인물이죠.

5.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이 있다면?

지현이요. 소설을 쓰기 위해 많은 인터뷰를 했거든요. 소설은 그것을 통해 느꼈던 것들을 저의 시점에서 지현이의 시점으로 옮겨가는 작업이었어요. 그래서 저와 가장 비슷한 인물인 것 같기도 해요.

6. 소설에 돈 많은 남자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본인이 원하는ONT-SIZE: 10pt; FONT-FAMILY: 2186745_10">

굳이 돈이 그렇게 많은 사람을 원하지는 않아요. 먼저 성실하고 능력이 있어야죠.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아는 사람이었으면 해요.

7. 글이란 것을 쓰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항상 글을 써야만 해요.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그것을 글로 정리를 안 해 놓으면 답답하거든요. 또 본성이 낙천적이고 호기심이 많아서 재미있는 경험을 남들보다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그걸 저 혼자 알고 있기가 아까워요. 제가 느끼고 재미있어 하는 것을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고 또 함께 공유하고 싶어요.

8. 앞으로 어떤 글로 독자들을 만나고 싶은가요.

TV 시트콤처럼 보고 나서 즐겁고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저는 소설이 꼭 남는 게 있고 느끼는 게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머리 아픈 일이 있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읽고 기분전환 할 수 있는 글. 어려운 글도 필요하겠지만 이런 글들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유명해서 누가 들어도 아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 같은 사람이요.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36호(08.07.14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