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는 바다와 갯벌이 사람을 먹여 살린다. 
금일도에서는 잘피밭이 사람을 먹여 살린다. 

잘피밭이라고? 
‘진저리’라고도 불리는 잘피는 벼나 피처럼 생겼다. 
바닷속의 다른 해조류나 해초와는 달리 잘피는 바닷속 펄에 뿌리를 내려 영양분을 얻고, 
잎으로 광합성을 하며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는 식물이다. 
보통 잘피밭은 밀물이 들면 바다에 잠겨 있고, 썰물 때면 드러난다. 
그래서 잘피밭을 바다의 열대우림이라고도 하며, 건강한 해양 생태계의 상징으로 친다. (중략)

금일도에서 잘피밭을 만나려면 월송리 바닷가를 찾아야 한다. 
그곳에는 잘피밭의 질퍽한 삶이 있다. 
썰물 때면 월송리 사람들은 잘피밭을 찰방찰방 걸어 들어가 청각을 채취한다. 
잘피밭이 갯벌을 보살피고, 그 갯벌이 찰진 영양을 공급해 질 좋은 청각을 키워낸다. 
월송리 잘피밭에는 바로 그 살진 청각이 넘쳐난다.
양식장도 아닌데 청각은 씨를 뿌린 듯 월송리 앞바다를 뒤덮고 있다. 
때문에 월송리 앞바다에 썰물이 질 무렵이면 수십여 명의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 바다에 빠진다.

청각 채취는 물이 나면서부터 물이 들 때까지 하는데, 
사람들은 갈퀴처럼 생긴 갈고리를 이용해 바닥을 훑으며 청각을 채취한다. 
금일도 대부분의 마을이 우리나라 전체 다시마 생산량의 약 80퍼센트를 차지하는 다시마를 채취하고 말리고 있을 때, 
월송리에서는 청각을 채취하고 말린다. 
바다에 밀물이 들기 시작하면 그 많던 사람들은 하나 둘씩 바다를 빠져나와
망사리 가득 청각을 지고 마을로 돌아온다. 
망사리를 진 사람들이 잘피밭을 지나 소나무밭을 가로질러 집으로 돌아가는 그 풍경. 
내게는 그것이 가장 강렬한 금일도의 이미지다.

잘피밭 해변이 있는 월송리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사동리 금일도해수욕장이 나온다. 
흔히 넓게 펼쳐진 해수욕장을 ‘명사십리’라 부르기도 하지만, 
이곳의 해수욕장은 동백리부터 사동리까지 명사수십리에 달한다. 
길이뿐만 아니라 백사장 폭도 거의 200여 미터나 된다. 
수심도 그리 깊지 않고, 
외부에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탓에 최근에는 되레 그런 조용함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이곳에서 원 없이 백사장 골프를 치기도 한다. 
금일도해수욕장 앞바다는 시야가 탁 트이고 넓어서 윈드서핑을 즐기는 
몇몇 마니아들에게 서핑 명소로도 알려져 있다.

금일도의 낭만적인 풍경은 망산에 올라가 보면 한눈에 다 볼 수 있지만, 
월송리에서 용항리로 넘어가는 산중도로에서 만나는 풍경만으로도 금일도의 진경을 만끽할 수 있다. 
이 길에서는 송도 쪽으로 펼쳐진 동송리 풍경은 물론 
우도와 소랑도 쪽으로 펼쳐진 금일도해수욕장 풍경도 한눈에 조망할 수가 있다. 
동송항이 있는 동송리로 내려가 해안을 따라가면 한적한 비포장길이 신평리 당집 인근까지 뻗어 있다. 
이 길은 한두 시간이 지나도록 차 한 대 다니지 않는 
너무나 한적하고 평화로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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